연습방/시모음

미션 시/물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8. 10. 6. 23:22

**물**(10/2일 김씨들 미션)

 

시극 관람후 귀갓길 얻어 탄 문우의 소형트럭 조수석

심심풀이 이얘기 저얘기 끝에

무덥던 지난 여름

인간들은 죽겠다 죽겠다 허구한 날 앙탈을 해댔는데

묵묵무답 푸성귀들은 모질게도

가을을 영글었네

앙탈쟁이들의 일용할 양식을 힘겹게 목줄한 황금들녁이군 하며

동감을 얻어 그것으로 차비 퉁치려는데

듣기에 무안하고 태연하게 실실 웃으며 욕지거리 섞어 왈

소싯적 그런 말과 황금들녁

때려 쥑이고 싶었단다

 

그의 부친은 워낙 부지런한 농부이셨단다

비가 올라치면

시도 때도 없이 곤한 잠 식구들 비상걸어

벼낫가리 비막이 치라 호통치며 논으로 내쫓았단다

하늘 열리면 비막이 걷어내라 또 불호령

 

나도 한때 중학교 조므라기일 때 추수하던 날

북산 공동묘지 새벽 달빛 밟으며 소작농부 집에 가

어른들 틈새에서 싱싱한 배추된장국에 새벽밥 먹은 적 생각난다

우린 그렇게 황금벌판과 애증의 우정을 쌓아 오며 이렇게 자랐다오

그래서 인생의 황금벌판 중심에 서 있다오

 

아아 어쩌면 좋을까요

패 쥑이고 싶었던 이쁜 황금벌판

 

상종가도 하종가도 모르는

늘 보합세 우리의 주식

벼 농사

벼는 물을 먹고 우리는 쌀를 먹고

고로 우리는 물을 먹고 사는

물의 자식들

물 물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