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10/2일 김씨들 미션)
시극 관람후 귀갓길 얻어 탄 문우의 소형트럭 조수석
심심풀이 이얘기 저얘기 끝에
무덥던 지난 여름
인간들은 죽겠다 죽겠다 허구한 날 앙탈을 해댔는데
묵묵무답 푸성귀들은 모질게도
가을을 영글었네
앙탈쟁이들의 일용할 양식을 힘겹게 목줄한 황금들녁이군 하며
동감을 얻어 그것으로 차비 퉁치려는데
듣기에 무안하고 태연하게 실실 웃으며 욕지거리 섞어 왈
소싯적 그런 말과 황금들녁
때려 쥑이고 싶었단다
그의 부친은 워낙 부지런한 농부이셨단다
비가 올라치면
시도 때도 없이 곤한 잠 식구들 비상걸어
벼낫가리 비막이 치라 호통치며 논으로 내쫓았단다
하늘 열리면 비막이 걷어내라 또 불호령
나도 한때 중학교 조므라기일 때 추수하던 날
북산 공동묘지 새벽 달빛 밟으며 소작농부 집에 가
어른들 틈새에서 싱싱한 배추된장국에 새벽밥 먹은 적 생각난다
우린 그렇게 황금벌판과 애증의 우정을 쌓아 오며 이렇게 자랐다오
그래서 인생의 황금벌판 중심에 서 있다오
아아 어쩌면 좋을까요
패 쥑이고 싶었던 이쁜 황금벌판
상종가도 하종가도 모르는
늘 보합세 우리의 주식
벼 농사
벼는 물을 먹고 우리는 쌀를 먹고
고로 우리는 물을 먹고 사는
물의 자식들
물 물 물
'연습방 >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의 악기/박현수 (0) | 2018.10.07 |
---|---|
구찌베니/권미강 (0) | 2018.10.07 |
181002- 시 숲/신현림 시인의 에세이 수록 시 (0) | 2018.10.03 |
180930 창작 시극 관람-사라진 것들의 이야기, 포항역 (0) | 2018.10.03 |
180926-서울의 찬가 (0) | 2018.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