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구찌베니/권미강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8. 10. 7. 21:29
 

구찌베니/권미강 색동치마에 반짝이 스웨터 입은 엄마의 아침 마무리는 구찌베니였다 자식들 먹여 살리려 장사한다며 앉은뱅이 거울 앞으로 입 내밀고 구찌베니를 빨갛게 돌리는 엄마 오미자보다 더 붉은 입술을 오므렸다 폈다 환하게 웃는 엄마는 가게 천장을 울리는 큰 목청으로 흥정하고 노을이 질 때까지 뱉어낸 붉은 구찌베니 저녁 밥상 콩나물이 되고 조기구이가 되고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가 되는 구찌베니 우리들도 입슬을 오므렸다 펴며 배부른 웃음을 흘렸다 유년의 장날은 온통 구찌베니향으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