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시장 잔칫날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1. 5. 21. 18:42

***시장 잔칫 날***

고성의 전자 음악에 귀가 퍼뜩

발길이 절로 향한다

시장 통로 한쪽에 노래자랑 가설 무대

무대 앞 비 가리개 비닐 바람에 펄럭펄럭

갇힌 빗물도 이리저리 춤을

 

편한대로 의자에 앉기도 서기도 상품 매대에 걸터 앉기도

여기 저기 막걸리 주안상

무대 옆은 주빈석으로 긴책상과 의자들

평소엔 열심히 물건만 팔던 아줌마들

식당 반찬가게 건어물 가게 아줌마들

오늘 날 만났다

순서마다 음악에 맞춰 몸에 가락을 붙인다

우메

귀티나고 조순해 보이던 건어물 가게 아줌마도 덩실덩실

멀뚱하게 보고 있는 내가 바보처럼 쑥스러워진다

놀땐 열심히 놀고 일할땐 열심히 일하는게 즐거운 인생

허나 여긴 두 가지 다 열심히 해야 할 시장

 

대개가 손님오면 달려가 손님 받는 편한 차림에 앞치마 두르고

개중엔 화려한 무대복을 특별히 준비하신 이도 있다

화려한 빨간 투피스에 머플라, 반짝반짝 히이 힐까지

머풀러를 휘날리며 춤을 춘다

보따리 하나 들고 이 시장에 들어 와 

건어물 소매로 떼어다 집집이 팔아

아들 셋 딸 둘 키워 대학 보내고 손주가 아홉이라는

그래서 이 시장이 고맙다란 아줌마

등 떠밀려 무대에 오르는 사람 하나도 없다

모두가 무대의 주인공 넉살도 좋다 춤들도 잘춘다 재담도 좋다

엉덩이 흔들어 뭔가루 털어내며 춤추자는데 더럽긴 일순간 밉진 않다

쉬운 곡은 다 같이 합창 한 몸을 이룬다

잔치가 기울어 가는 시간에 회장 등단

시종일관 과묵하게만 자리를 지키던 모습이었는데

사회자의 철철 넘치는 재담에 이끌려 노래 한 곡

보내야 할 당신이란 소절에선 눈물이 글썽

기울어 가는 재래 시장 여기의 당신들인지

일등상은 씨름꾼같이 덩치 큰 아저씨와 얌전한 모습의 아줌마

아저씨가 먼저 한 소절 부른후 아줌마가 그 다음 소절

끝 소절은 화음없이 합창 아줌마의 노래 실력이 아저씨의 노래를 감싼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당신이 좋단다

인생 궂은 날이나 해맑은 날이나 당신이 좋다니 더 할 나위없다

 

즐거운 잔칫날

왜 서글픔은 울컥대나

저렇게 여흥에 겨운 저이들

저이들 달력엔 변변한 빨간날이 없다 사시사철 검은날뿐

동녁 밝아오면 출근 어두어 지면 퇴근

왜, 무엇을 위한 그 출퇴근이던가

즐거움과 서글픔은 한통속

한 눈물

 

 

'연습방 >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의 되새김  (0) 2011.05.28
찔레꽃  (0) 2011.05.26
참외 씨/퇴고  (0) 2011.05.19
웃음 /퇴고  (0) 2011.05.13
햇살  (0) 201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