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가재미/문태준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4. 7. 7. 21:02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시집 『가재미』(문학과지성사,2006) 중에서

 

 

1970년 경북 김천에서 출생하였으며 1995년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시 「處署」외 9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5 오늘의 시’ 설문 조사에서 가장 좋은 시인으로 선정이 되기도 하였으며 제

21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론 『수런거리는 뒤란』『맨발』 등이

있고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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