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묽다/문태준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4. 7. 7. 20:59

묽다/ 문태준

 

새가 전선 위에 앉아 있다

한 마리가 외롭고 움직임이 없다

어두워지고 있다 샘물이

들판에서 하늘로 검은 샘물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논에 못물이 들어가듯 흘러들어가

차고 어두운 물이

미지근하고 환한 물을 밀어내고 있다

물이 물을

섞이면서 아주 더디게 밀고 있다

더 어두워지고 있다

환하고 어두운 것

차고 미지근한 것

그 경계는 바깥보다 안에 있어

뒤섞이고 허물어지고

밀고 밀렸다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다릴 수 없도록 너무

늦지는 않아 벌써

새가 묽다


 

'연습방 >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면목동/유희경  (0) 2014.07.08
가재미/문태준  (0) 2014.07.07
어두워진다는 것/나희덕  (0) 2014.07.07
재봉/김종철  (0) 2014.07.07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진은영  (0) 201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