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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시인은 위로 넘어 감동 전해야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2. 6. 24. 22:47

강은교 "시인은 위로 넘어 감동 전해야

이기철·이선영 시인과 함께 극서정시집 각각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이 시대의 시인은 시로 위로하는 데에서 끝나면 안 됩니다. 감동을 통해 무엇인가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응축해 시 세계를 재해석하는 극서정시(極敍情詩)같은 형식이 읽을만하지 않을까요."
1968년 등단한 뒤 깊은 감수성의 시 세계를 펼쳐온 강은교(66) 시인이 6년 만에 12번째 시집 '네가 떠난 후에 너를 얻었다'(이하 서정시학 펴냄)를 발간했다.

   강 시인의 시집은 집약된 시 세계를 추구하는 극서정시 시리즈 '서정시학 서정시'의 하나로 나왔다. 극서정시는 최동호 고려대 교수가 붙인 이름으로, 난해하고 방만한 최근 시 유행에서 벗어나 간결하고 응축된 시어를 활용해 서정시의 품격을 회복하려는 시를 말한다.

   강 시인은 나란히 극서정시집을 낸 이기철(68), 이선영(47) 시인과 함께 19일 출간 간담회를 갖고 "시는 유행가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 시들은 생활의 파편은 담겨 있지만 그 이상의 것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시집을 낸 것에 대해서는 "6년 전 시집 '초록 거미의 사랑'을 냈을 때 '정치인이야말로 시를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정치인 등에게 시집을 보냈는데 전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우리만 이 구석에서 무엇을 하는 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절망해 또 시집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자신의 현재 마음 상태를 진솔한 언어로 전한다. 특히 '운조'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를 노래했다.

   "운조가 걸어간다/운조가 걸어간다/푸른 지평선 황토치마 벌리고/한 모랭이 지나 화살표 사이로/두 모랭이 지나 화살표 사이로/운조가 걸어간다/마음 떨며 운조가 걸어간다"('운조' 중)
15번째 시집 '잎, 잎, 잎'을 펴낸 이기철 시인은 "'서정시학 서정시선'의 목표와 내가 쓴 시의 성격이 맞는 것 같다"고 극서정시 운동에 공감했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도시적 감수성을 배제한 채 자연 풍광과 옛 추억에 대한 향수 등을 읊었다.

   "저 장독대 옆 봉숭아 씨앗 터지는 소리로/그 옆 책받침만한 초록 꽃밭에/채송화 씨 흘러내리는 소리로/나는 짝짓기하는 비단벌레 놀랄까봐/신발 소리도 없이 마당을 거닐듯 살다 가리"('작고 가볍고 고요하고 여린' 중)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선영 시인은 '하우부리 쇠똥구리'를 출간했다.

   그는 "예전에 고등학생 딸이 내 시집을 보더니 '엄마, 수필을 쓰지 말고 시를 써'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내 시가 긴 편인데 얼마 전부터 쉬운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출소 앞 작고 앙상한 나목/비좁은 나뭇가지 사이에/까치 한 마리 내려앉아 울고 있다//다프네를 쫓아 헤매 다녔던가//-너는 내가 지켜줄게 너는 내가"('까치와 나무 한 그루' 전문)
이날 동석한 최동호 교수는 "소통을 통해 감동에 이르지 못하는 시는 언어의 소모일 뿐"이라며 "요즘 감동이 없는 시대인데 이런 시를 통해 감동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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