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의 높이, 드론
이수익
나는 드론을
높이 쏘아 올린다
수직 강하가 자유로운 물체, 소형 무인기는
하늘에다 불을 켜고 치솟아 오른다
바로 이것이다! 나의 꿈은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게
고요히,
적을 향하여 전진하는 것이다, 더욱 치밀하게
지상 3, 40미터 상공으로 떠오른 드론은
하나하나 인간의 표정과 감각, 기대와 좌절을
거듭 다스리고 부풀리며, 또한 넘치는 에너지를 가볍게
끌어안는다
카메라는 매순간을 찍어 동영상에 감금된 풍경을
실려 보내고, 그리고
나는 작전을 감시한다
오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밤부터 새벽까지, 드론은
날고 싶은 나의 꿈을 부풀리며 하늘을
끝없이 날아다닌다
너무 높지도 않고 너무 낮지도 않게, 적절한 높이를
이루면서 지붕과 지붕을, 강과 산을, 벽과 어둠을 파헤치는
드론은
내가 날고 싶은 또 하나의 부푼 욕망이다
혹은, 그
좌절이다
—《시와 표현》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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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 / 1942년 경남 함안 출생.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우울한 샹송』『야간열차』『슬픔의 핵』『단순한 기쁨』『그리고 너를 위하여』『아득한 봄』『푸른 추억의 빵』『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꽃나무 아래의 키스』『처음으로 사랑을 들었다』『천년의 강』등.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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