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프랑시스 쟘 시와 한국 시-3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5. 2. 12. 14:00

*이제 며칠 후엔..../프랑시스 쟘*

 

이제 며칠 후엔 눈이 오겠지. 나는 회상한다.

지난 해를, 옆에서 내 슬픔을 회상한다. *난로

그 때 무슨 일이냐고 누가 내게 물었다면

난 이렇게 대답했으리라- 날 그냥 내버려둬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지난 해 방에 묻혀 난 골똘히 생각했지.

그 때 밖에서 무겁게 눈이 쏟아지는데

부질없는 생각에 파묻혔었다. 그 때처럼 나는 지금

호박(琥珀) 빨뿌리의 나무 파이프를 피운다.

 

내 오래된 참나무 옷장은 언제나 향긋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나는 그 때 어리석었다. 그런 일들은 도무지

변할 수 없었기에, 알고 있는 것들을

떨치고자 하는 것도 허세이니까.

 

그러나 우린 왜 생각하고 말하는 걸까, 그건 우습다

우리의 눈물과 우리의 입맞춤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린 그걸 이해하는 법,

친구의 발자국 소린 다정한 말보다 더 다정한 것

 

사람들은 별들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별들은 이름이 필요없다는 걸 생각지도 않고

아름다운 혜성이 어둠 속을 지날 것을 증명하는 숫자,

그 계산으로 하여 혜성이 자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지난 해에 지녔던 옛 슬픔이

어디에 사라졌는지 이제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고,

누가 방에 들어 와 무슨 일이냐고 내게 물어온다면

나는 대답하리, 내버려둬요,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함박눈이 올 듯한 깊은 겨울밤 난롯가에 앉아 지난날 사랑의 슬픔을 회상하면서 그 상처를 언어행위의 부질없음을 통하여 극복하고 그로부터 진실은 논리적인 사유나 언어의 영역을 초월해서 있다는 명제을 도출해냄, 노자의 도덕경 ‘名可名 非常名’ (가히 이름지어 붙이는 것은 항구적인 이름이 되지 못한다, 禪家의 ‘不立文字 敎外別傳 (문자로 세우지 않고 경전 밖에 따로 전한다)와 통함. 이름붙이는 것의 허망함을 드러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고개만 숙였을 뿐이다‘ ’미소만 띄워보냈을 뿐이다‘ 에 드러남

그 정신이 백석의 ‘흰바람벽이 있어’ 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서도 보임

 

*흰 바람벽이 있어/백석*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화자가 처해 있는 현실의 고통, 즉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함은 ‘높은’세상의 존재에게는 오히려 당연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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