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우울/보들레르 관련 현대 한국시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5. 2. 5. 11:05

*우울/보들레르*

 

1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마음위에

낮고 무거운 하늘이 두껑처럼 짓누르고

지평선 사방을 감싸며

밤보다 더 우울한 검은 빛을 퍼붓는다.

 

2땅이 축축한 지하 독방으로 바뀌자,

거기서 희망은 박쥐처럼

소심한 날개를 벽에 부딪히다가,

썩은 천장에 제 머리 박으며 가버린다.

 

3엄청나게 쏟아지는 빗발은

거대한 감옥의 쇠창살을 닮고, ->빗방울이 튀는 모습 형상화

서리 없는 더러운 거미 떼가 와서

우리 뇌 속 깊은 곳에 그물을 친다.

 

4갑자기 종鐘들 성나 펄쩍 뛰며

하늘을 향해 무섭게 울부짖는다

악착같이 불평하기 시작하는

정처 없이 떠도는 망령처럼,

 

5북소리도 음악도 없는 긴 영구 행렬이

내 넋 속에 서서히 줄지어 서고,

희망은 패하여 눈물 짓고, 잔인하고 포악한 고뇌가

기울인 내 머리통에 검은 깃발을 꽂는다

 

*우울이라는 감정, 관념을 즉물적으로 묘사하여 손에 잡힐 듯 묘사

 

*우울/보들레르*

1연)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마음위에

낮고 무거운 하늘이 두껑처럼 짓누르고

 

->관련 시/이성복/아주 흐린 날의 기억

 

‘새들은 무리지어 지나가면서 이곳을 무덤으로 덮는다

관 뚜껑을 미는 힘으로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2연)땅이 축축한 지하 독방으로 바뀌자,

거기서 희망은 박쥐처럼

소심한 날개를 벽에 부딪히다가,

썩은 천장에 제 머리 박으며 가버린다.

->관련 시/최승호/가건물 속의 희멀건 희망

 

나이 들수록 누추해지는 가건물인 몸 안에, 꾸물대며 죽어 가는 희망이 산다.

실망과 피로의 납덩이들이 쌓이는 날, 몸 구석에 꼬부라져 잠자던 희망, <불멸>이라는 말에 번쩍 고개를 쳐들었었지만 이제는 자신이 허물어질 가건물의 일부이며, 흩어질 조각더미임을 긍정한, 희망이 산다, 살아간다.->리듬

마치 옛집으로 가던 노파가 목구멍에서 끄집어내 황토 길바닥에 팽개치던 회충처럼, 꾸물거리며 죽어가는, 희멀건 희망이.

-독방 속의 희망이 가건물 속의 희망으로 바뀐다. 그러나 관념을 대치한 생물은 박쥐에서 회충으로 완전히 달라진다. 최승호 시의 탁월한 리듬의식도 새로운 면모라 할 수 있다.

-정서를 사물 내지 생물로 묘사하는 기법도 현대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치욕에 대하여/이성복*

 

치욕은 아름답다 지느러미처럼 섬세하고 유연한 그것 애밴 처녀 눌린 돼지머리 치욕은 달다 치욕은 따스하다 눈처럼 녹아도 이내 딴딴해지는 그것 치욕은 새어나온다 며칠이나 잠 못이룬 사내의 움푹 패인 두 눈에서.

 

아지랑이!

소리없이, 간단없이

그대의 시야를 유린하는

아지랑이! 아지랑이! 아지랑이!

 

-치욕에 개인적인 것에서 시작 그 치욕이 확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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