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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인 시의 思考와 視角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4. 6. 16. 23:18

 

입체적인 시의 思考와 視角

심상운


시를 본질적인 면에서 크게 둘로 구분할 때 입체적인 사고의 시와 평면적인 사고의 시로 구분할 수 있다.

평면적인 사고의 시는 어떤 새로움이나 충격적인 언어 표현보다는 이미검증이 끝난 대중적인 감상이나 사실을 재탕하여 확인하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시다. 현대시(현시대에 발표되고 있는 시)들 중에도 이런 평면적인 視角과 思考의 시가 흔하다.

이런 시에서는 시에 대한 시인의 고민, 대상에 대한 창조적인 인식이나 시각, 또는 감각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림으로 말하면 옛날 이발소의 벽에 붙어있던 장식적인 그림들에 해당한다.

그러나 입체적인 사고와 시각이 들어있는 시는 언제나 독자에게 새로운 상상의 세계를 펼쳐주고 대상의 인식에서 고정 관념에 잡혀 있는 視角의 한계를 초월하게 한다.


귀밝이술 눈밝이술 한 모금 못 마신 정월 대보름에

 

월드컵 스타디움 박쥐 지붕위에 보름달 둥그렇게 떴네

 

이마로 받고 발끝으로 내치면서 가슴팎으로 잡아

 

세계 4강의 골 그물을 출렁 쳐넣은 황금공 떴네

 

김유정 실레마을, 병풍처럼 펼쳐 구불구불 안고 두른

 

금병산 능선위로 짝사랑의 초승달도 떴네

 

초승에서 그믐까지의, 慈藏의 오대산 하현달도 떴네

 

여리고의 길가, 소경 거지 바디메오의 환한 얼굴 둥두렷이 떴네

           

ㅡㅡㅡ문덕수, ‘월드컵 평화 공원애서’ 전문


이시에서 시인은 정월 대보름날 밤, 월드컵 평화 공원에서 보름달이 떠있는 것을 보며, ‘월드컵 스타디움의 보름달→세계 4강의 황금공→김유정 실레마을 금병산 짝사랑의 초승달→오대산 慈藏의 하현달→여리고 길가 소경 거지 바디메오의 환한얼굴’로 생각의 연상을 이어간다.

그 연상은 공간과 시간, 사건과 인물의 유사성과 관계없이 펼치고 있다. 이때, 달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물이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의미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은 시인의 내면 의식에 떠오른 달의 이미지를 念寫하듯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짧은 시속에 응축된 다양한 이미지가 밤하늘에 둥두렷이 떠있는 환한 달에 집중되어 독자들을 새로온 상상의 세계로 유인하고 시를 읽는 맛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이미지들은 시인의 주관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서 객관화되고 있는데, 그것은 사실성과 현장성, 대상의 보여주기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이시는 시의 내용을 단순한 사실에만 머무르게 하지않고, 다양한 사고와 영상을 입체적(복합적)으로 구성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시가 어떤 사실에 의존하지 않는, 시의 독자성과 자율적인 공간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만약 시인이 월드컵 평화 공원에서 달을 보고 세계 4강의 감회에만 젖어있었다면 그것으로 인해서 이시는 어떤 사실에 의존한 평면적인 대중시에 머무르고 말았을 것이다.

이시는 또 시를 언어 주의에 지나치게 傾倒시킨 모더니즘 시의 약점을 지혜롭게 극복하여 모더니즘 시의 건강성을 지키고 있다. 그것은 사실성과 현장성의 확보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런 몇 가지 관점에서 문덕수 시인의 ‘월드컵 평화 공원에서’는 ‘月刊文學’ 8월호의 시 중에서 가장 주목이 되는 작품이었다.

함께 발표한 ‘철원군 노동당 당사’에서도 현장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묘사와 함께

보여주는 현실과 초현실의 만남이 시선을 끌고 있다. 흡사 선문답같은 끝구절이 주는 여운은 시의 평면성을 뛰어넘고 있다. ‘꽃피네’에 함축된 의미와 감정의 해석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으면서.

 

벽조각 귀퉁이 시나브로 떨어지는 문틈에는

 남북을 넘나드는 잡초의 씨앗들만 걸려

 꽃피네

 

‘부석사’ 무량수전에 꽂힌 의상 대사 지팡이의 빨간 禪扉花에 나비 앉네

             

ㅡㅡㅡㅡ문덕수, ‘철원군 노동당 당사’ 일부

 

강상기 시인의 ‘전자 계산기’도 현대 사회의 핵심을 찌르는 시인의 날카로운 시각이 평면적인 서정시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계산속에 산다.

그대들의 가계부와 정부 예산과 수출입 계산과

세리에 바쳐지는 뇌물울 계산한다.

악덕 포주에게 빼앗기는 창녀들의 화대도 계산한다.

포주에 얻어맞은 창녀의 굴종도 계산하고싶다.


그대가 친구와 주고받은 돈거래의 액수와 이자도 계산한다

그대들의 우정과 배신도 계산하고싶다.


그대들이 선물하는 꽃값과 비싼 보석값을 계산한다.

그대들의 사랑도 계산하고싶다.


그대들의 아늑한 집과 풍성한 식탁과 함께 힘찬 섹스를 위한

영양제 값을 계산한다.

그대들의 행복도 계산하고싶다.


나는 왜 이렇게 계산하고싶은 것이 많을까.

이 끝없는 계산의 욕망.

                ㅡㅡㅡㅡㅡㅡ강상기, ‘전자 계산기’ 전문


현대 사회의 근간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계산기다. 컴퓨터도 계산기의 일종이다. 은행의 전산망이 갑자기 고장났을 때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이시는 계산기의 말(의인화)을 통해서 우리들이 잊고 살아가는 현실의 단면을 해부하여 보여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의 높은 가치를 드러내어 독자들에게 인간의 본래적인 면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이 시는 그것을 형상화하는 방법으로 무거운 설득조의 사설을 피하고 사실과 이상을 가볍게 병렬시킴으로써 시적 효과를 내고 있다. 그래서 이시가 형이상학적인 상상보다는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시의 정체성에 더 충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는 냉정한 시선의 집중속에 뜨거운 감정의 용암이 숨겨져있다는 것도 독자들 스스로 찾게 한다.

그것이 이시가 안고 있는 시의 입체성이다. 李尙鎬 시인의 ‘호박을 따다가’에서도 입체적인 사고가 발견된다. 사실적인 묘사속에 숨어있는 시인의 깊고 건실한 사유가 그것이다. 그것은 독자들에게 삶의 현실을 성찰하게 한다.


밭둑에서 누런 호박들을 따내자

그놈들이 앉아있던 자리마다

풀들이 하얗게 말라죽어있었다.

큰놈이 앉았던 자리일수록 더 많은 풀들이

마치 냄비바닥에 눌어붙은 국숫가락처럼

가망없이 땅바닥에 눌어붙어있었다.

호박들이 밤낮으로 제몸을 키우며

어엿한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에

주변의 풀들을 주저않히고

(혹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의 목줄을 죄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호박을 따내기 전에는

밑깔개게 된 풀들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아마 그자리를 뜨기 전까지는

호박들도 그랬다고 할지 모른다.

아니, 지신이 그냥 큰것이 아님을 안다면

그게 어디 호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ㅡㅡㅡ 李尙縞, ‘호박을 따다가’ 전문


이시속에는 호박을 따다가 호박이 깔고 앉은 자리에서 풀들이 허옇게 말라죽어있는 것을 보고, 호박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면서 하나의 호박이 성장하기까지 그호박 때문에 죽어가는 풀들의 고통을 알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성찰이 담담하고 진지하게 담겨있다.

그것은 독자들에게 상상을 유발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래서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잃는다는 古代人들의 희생의례, 자신과 이웃의 관계, 자연과 인간의 관계(개발과 파괴)로 생각을 확대시키게 한다.

그것은 입체적인 사고의 시가 가지는 특징이다. 이시속에도 시인의 감정이 절제되어있어서 시적 효과가 더 상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月刊文學 2005년 9月>

 

**시의 입체성 ; 상징이 관념이나 정서와 같은 추상적인 것과 감각적 이미지의 구체적인 것의 일체라는 데 입체성이 배태된다. 인간의 영혼과 물질의 결합, 자연 (물질)에 대한 공감각적 반응 등에 의한 깊이와 다양성이 상징의 입체성을 가져온다.

-박남수/새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 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다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3
-포수는 한덩이 납으로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의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말해주는 새의 이야기 속에서, 말해주지 않는 인간의 이야기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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