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책, 채석강**
문인수
채석강의 장서는 읽지 않아도 되겠다
긴 해안을 이룬 바위벼랑에
격량과 고요의 자국 차곡차곡 쌓였는데
종의 기원에서소멸까지
하늘과 바다가 전폭 몸 섞는 일, 그 바닥 모를 기쁨에 대해
지금도 계속 저술되고 있는 것인지
또 한 페이지 철썩, 거대한 수평선 넘어오는
책 찍어내는 소리가 여전히 광활하다. 바다책,
바다책, 바다책,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 작은 각다귀들
각다귀들의 분분한 흘레질에도
저 일망무제의 필치가 번듯한 배경으로 있다,
이 푸른 내용의 깊이를 잴 수 있겠느냐
미친 듯 몸부림치며 헐뜯으며 울부짖는
사랑아, 옆으로 널어 오래 말리는
채석강엔 강이 없어서 이별 또한 없다.
**시인은 하늘과 바다가 몸 섞으며 한번 기슭에 철썩, 부서지는 파도를 한 페이지로 보고 있군요. 이 바다책은 파도와 해안이 존재하는 한 계속 저술될, 영원히 완성되지 않은 책. 하여 거대한 수평선을 날줄과 씨줄로 해서 종의 기원에서 소멸까지를 하늘과 바다가 몸 섞어 찍어내는, 하늘과 바다의 각다귀 같은 흘레질의 결과인 저 낱장의 책, 그 푸른 내용의 깊이를 누구라 해서 잴 수 있겠습니까. 미친 듯 몸부림치며 헐뜯으며 울부짖는 사랑을 널어말리는 채석강의 책, 다행인 것은 계속 저술되고 있는 저 책을 머리 아프게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손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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