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예리성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3. 7. 27. 23:39
예리성

허름한

철창대문 해어지고 붉은 피딱지 진

허름한

그 집앞을 지날 때

비키니 팬티만한 그 집 앞마당

후텁지근하게  가득 메운 큰 개 한 마리 

목욕탕안까지 누런 황금개줄 출렁이며 나대는 무명용사처럼

목줄 세멘트 바닥에 철썩철썩 날뛰는 모습

저 멀리 주인 아저씨

허름한 퇴근 발걸음 

그 소리 맛있게 듣고 길길이 반기는 모습

 

돈의 예리성만 쫑긋하는 인간

개보다 값싼 우리네 귀

값비싼 개의 귀

 

 

**저녁 식사후 맨날 똑같은 코스로 산책을 한다.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이웃네 텃밭의 채소들 나날이 열심히 크는 모습 둘러보고, 끝자락의 간단한 공원 벤치에서 사색으로 후식을 한다. 오늘의 나를 둘러본다. 나무는 왜 나무일까, 나는 왜 나일까. 오늘은 왜 오늘일까 등등.

그런연후 게딱지 구옥이 하수구를 사이에 두고 올망졸망한 골목을 지나 오토바이 가게를 우로 돌아 대로변 큰길로 나온다. 호박농원을 지나 대로변 가로수길을 거닐고 집에 들어오는 맨날 그길이 나의 저녁 산책코스다. 올망졸망 게딱지 집들의 골목을 지날때 아주 허름한 대문의 집을 지날때이다. 그집안 코끼리만한 개 한마리가 길길이 날뛴다. 나를 향한 짖음도 없다. 난 개가 좋기도하고 무섭기도하다. 꼬리치고 웃으며 따를땐 좋다. 무표정하게 오는 것은 싫다, 언제 돌변할줄 모르니. 초등학교 저학년일때 친구들과 여럿이 그리고 친구네 개새끼 한마리 목줄매고 우리집근처 작은 숲을 산책할때 그놈이 갑자기 나를 향해 옴이 무서웠다. 마치 나를 공격하는듯. 지래 겁먹고 도망을 쳤던적이 있다. 그때의 악몽에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걸음이 빨라진다. 맞은편 허름한 지친 퇴근길의 아저씨 한명 걸어온다. 그집 대문을 뚫고 들어간다. 보이지도 않는 발걸음, 어찌 주인 아저씨인줄 그렇게 정확히 맞힐까? 돈만으 밝히는, 사람을 돈 많은자, 없는자로만 티나게 차별하는 소인배들, 하물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런 냄새를 구리게 팍팍 풍기는 웃기는 꽤나 웃기는 짜장들의 예리성, 개가 알아내는 예리성, 두 예리성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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