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 출생
- 1956년 3월 30일 (만 63세), 충북 보은군
- 소속
- 동덕여자대학교 부교수
- 수상
- 2006 제14회 대산문학상 시부문 외 2건
- 경력
- 2011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소 교환 교수 외 6건
***서평중 일부***
좋은 시, 좋은 표현은 반드시 우리 몸의 어딘가를 건드려 사람을 아찔하게 만든다. 어디 시뿐이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그러하다. 그리고 그러한 아름다움은 예술가의 의욕에 따라 아무 때나 조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도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서정시의 전통적인 어법들이 결코 그 생명을 다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문태준의 <맨발>에서 확인하게 된다. 밖으로 내민 부르튼 조갯살에서 죽은 부처의 맨발을 보는 대목도 아름답지만,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린다는 대목, 최초의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는 대목들은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이어지는 "천천히 돌아옴", 그리고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의 길의 울림은 또 어떠한가! 문득 거륵하지 않은가. 독자들은 충분히 환호하리라 생각한다. 이런 기막힌 활구를 몇 대목 더 얻을 수 있다면 시인의 가난한 한 생애가 섭섭지 않을 듯하다
**맨발/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앵두/고영민**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크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쌩, 하고 가로 질러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는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간간, 브레끼를 밝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화가 시인으로 이미지화의 대가
**小陵調 소릉조/천상병**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숭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나,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업어준다는 것/박서영**
저수지에 빠졌던 검은 염소를 업고 ->확실한 정황 서술이 좋다
노파가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등이 흠뻑 젖어들고 있다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추며
자장가까지 흥얼거렸다
누군가는 업어준다는 것은
희고 눈부신 그의 숨결을 듣는다는 것
그의 감춰진 울음이 몸에 스며든다는 것
서로를 찌르지 않고 받아준다는 것
쿵쿵거리는 그이 심장에
등줄기가 청진기처럼 닿는다는 것
누군가를 업어준다는 것은
약국의 흐릿한 창문을 닦듯
서로의 눈동자 속에 낀 슬픔을 닦아주는
흩어진 영혼을 자루에 담아주는 일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한없이 가벼워진 뭄이 젖어 더욱 무거워진 뭄을 업어주고 있다
울음이 불룩한 무덤에 스며드는 것 같다
**비가 오신다/이대흠**
서울이나 광주에서는
비가 온다는 말의 뜻을 알 수가 없다
비가 온다는 말은
장흥이나 강진 그도 아니면
구강포쯤 가야 이해가 된다
내리는 비야 내리는 비이지만
비가 걸어서 오거나 달려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어떨 때 비는 싸우러 오는 병사처럼
씩씩거리며 다가오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그 병사의 아내가
지아비를 전쟁터에 보내고 돌아서서
골목길을 걸어오는
그 터벅거림으로 온다
그리고 또 어떨 때는
새색시 기다리는 신랑처럼
풀 나무 입술이 보타 있을 때 ->바싹 마르다
산모롱이에 얼비치는 진달레 치마로
멀미나는 꽃내를
몰고 오시기도 하는 것이다
**털 난 꼬막/박형권**
아버지와 어머니가 염소막에서 배꼽을 맞추고 야반도주할 때
가덕섬에서 부산 남포동에 닿는 물길 열어준 사람은 오촌 당숙이시고
끝까지 뒤를 추적하다 선창에서 포기한 사람들은 외삼촌들이시고
나 낳은 사람은 물론 어머니이시고
나 낳다가 잠에 빠져들 때 뺨을 때려준 사람은 부산 고모님이시고
나하고 엄마, 길보다 잦은 집에 남겨두고
군대에 간 사람은 우리 아버지시고
젖도 안 떨어진 나 안고 '천신호'를 타고, 멀미를 타고 가덕섬으로 돌아온 사람은 할머니시고
빨아 먹을 사람 없어지자 젖이 넘쳐나 염색공장 변소 바닥이 하얗도록 짜낸 사람은 다시 우리 어머니시고
젖 대신 감성돔 낚아서 죽 끓여 나를 먹인 사람은 큰아버지시고
무엇을 씹을 때부터
개펄에서 털 난 꼬막 캐와서 먹인 사람은 큰어머니시고
그렇게 저녁마다 차나락 볏짚으로 큰아버지 주먹만 한 털 난 꼬막 구워주신 사람 큰어머니시고
한번씩 나 안아보러 오는 우리 엄마에게
덕석에서 늦은 저녁상을 받으며
욕 잘하는 우리 큰어머니
니 털 난 꼬막으로 나왔다고 다 니 새끼냐 하셨을 것 같고
우리 엄마 울고
우리 엄마 울고
털 난 꼬막 목젖에 걸려 넘어가지 않고
-.>거치나 싱싱하고 쓴 눈물의 시로 ~고로 행이 연결됨이 리드미칼
**도서관에서 만난 여자/나기철**
집에 가려고
참고렬람실에서
일어나
개가열람실을 지나는데
안에 서 있는
한 여자!
다시 보려고
다가가니
자동문이 닫혔다
두드렸으나
열리지 않았다
**가벼히/서정주**
애인이여
너를 만날 약속을 인젠 그만 어기고
도중에서
한눈이나 좀 팔고 놀다 가기로 한다.
너 대신
무슨 풀잎사귀나 하나
가벼히 생각하면서
너와 나 사이
절깐을 짓더라도
가벼히 한눈파는
풀잎사귀 절이나 하나 지어 놓고 가려한다.
**겨울밤/박용래**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집으로 가는 길/최하림**
많은 길을 걸어 고향집 마루에 오른다
귀에 익은 어머님 말씀은 들리지 않고
공기는 썰렁하고 뒤꼅에서는 차운 바람이 돈다
나는 마루에 벌렁 드러눕는다
이내 그런 내가 눈물겨워진다
종내는 이렇게 홀로
누울 수 밖에 없다는 말 때문이 아니라
마룻바닥에 감도는 처연한 고요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고요에 이르렀구나
한 달도 나무들도 오눌 내 고요를 결코 풀어주지는 못하리라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문정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숨죽여 홀로 운 것도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못 볼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
한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을
꽃 속에 박히 ㄴ 까아만 죽음을
비로소 알며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심장이 지금 뛰는 것을
당신께 고백한 적이 있다면.....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절박하게 허공을 두드리며
사랑을 말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八旬이 되는 해에/김종길**
연암이 말하듯 나이를 더해도
달라지지 않는 건
어릴 적 마음
어느덧 팔순이라는데 마음은
아직도 바닷가에서 노는
어린아이 같다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조개껍질이나 줍고
게 새끼랑 어울리다 보면
갑자기 거센 파도가 덮쳐와
이 한 몸 나뭇잎인 양
쓸어갈 날 있으련만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놀이에만 몰두하는
어린아이
아직은 잔잔한 바다
하늘에는 하나 둘
별이 돋기 시작한다
'연습방 > 시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1112 시 숲-이정록, 조병화, 이상국,마종기, 황지우,이기철 시 선 중심 (0) | 2019.11.13 |
---|---|
191105 시숲/이재무 시집,슬픔은 어깨로 운다/천년의 시작 출간 시선 중심 (0) | 2019.11.06 |
191015-시의 여백/ 이 대흠 시 중심 (0) | 2019.10.20 |
(191001미션/그리워하다) 이참에 (0) | 2019.10.09 |
191008-시의 여백/김선우 시,도화 아래 잠들다/창비,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지 중심 (0) | 2019.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