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시/시적 표현의 이해/계속
5) 논리적 언어와 통상적 언어
6) 추상어와 보편어
7) 철학적 내용과 철학적 언어
8) 형식과 리듬
**길**
공간 가득 소리와 문자들이
가로가 되고 세로가 되어
틈을 채운다
꼬리가 잘린 떠다니는 소리
석유내 남아 있는 구겨진 문자가
틈을 비집을소록
내가 찾던 길은 보이지 않고
무게감만 더해진다
어디선가 본 아득한 길을 찾아 두리번 거리지만
또다시 다가서는 건 중량감뿐
가로를 긋기 위해
세로를 세우기 위해
틈이 갈라지고 틈이 흔들리고
길을 찾던 두 눈은 어지러운 무게에 하늘을 외면하고 있다.
- 사용된 언어들은 " 공간, 소리, 문자, 가로, 세로, 틈, 무게감, 중량감 " 등은 논리적 성향이 강한 전문어들이다
**조그만 사랑노래/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사용된 언어들은 "어제, 편지, 돌, 얼굴, 저녁, 길, 하늘, 금, 눈, 땅 " 등은 우리와 친숙한 통상어들이다
-시에서 중요시 되는 것은 미적기능이다. 이 미적 기능은 작가의 감정과 태도를 나타내는 표현기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문어들은 정보 전달을 주로하는 설명이나 논증에 더 어울린다.
-언어는 그 성질상 구체어와 추상어, 일반어와 특수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길>의 언어를 예로 보면, '소리'는 추상어이고, 바람소리, 발자국소리는 구체어이며, 구체적인 모든 소리를 개괄하는 '소리'는 일반어이고, 발자국 소리, 바람소리는 특수어이다
일반적으로 시어에는 추상어보다 구체어를 일반어보다는 특수어를 사용한다. 그것은 구체어와 특수어가 표현적 기능과 미적 기능을 살려주는 개념적 의미, 지시적 의미, 감정적 의미, 연상적 의미, 주제적 의미 등을 잘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언어예술인 만큼 철학적인 또는 전문적인 용어들이 지닌 개념적 의미나 추상성을 회피해야만 하는 것이다. 시 속의 언어가 찰학적인 것과 시가 철학적인 것과는 무관하다.
-진정한 리듬은 시인이 발견한 시적 진실의 힘, 그 힘에 의하여 생명을 얻는 것이다.
대상과 인식 과정
-시적 표현과 더불어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들
1) 시적 대상과 심리적 거리-밀당과 과부족 문제 유의
2) 국면과 관점
**가**
외치고 싶다
바다를 향해
바그너의 악보처럼, 고호의 붓끝처럼
봄으로 채색된 나의 필통 속에
이십 년을 잠자는 오직 하나의 펜으로
호반 아래 앙금처럼 가라앉은
우리의 오색 언어들이
땀과 눈물과 마지막 피 한방울에 섞여
하늘에 파도칠 때까지
막차 떠난 플랫포옴에서
첫차를 기달.는 마음으로
바다를 향해 노래하고 싶다
-시작 詩作
'가'는 부족한 거리 조정의 보기이다. 대상이 욕망에 가리워지고 감정에 휩싸인 형태이다. 대상과 인식 주체 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가 감정적으로 밀착되어 있는 경우 위와 같이 피상적인 인식의 세계만 보여주게 된다.
**나**
깜박이며 승강하고
어쩌면 하강하기도 하는
익명의 오늘은
교각을 마저 삼키며 밤새 자란
모호한 안개처럼 엄습해
가듭 승하강의 편대에 둥둥 매달려
언제나 수직으로만 갖춘 키로
타협의 뿌리를 내리고
어느덧 선진 도시형으로 단련된
연약한 서정의 자취로
견고한 철문에 유폐되어
댕, 땽, 땡.
지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린
금속성의 돤공된지 못할 추억을 조립식으로 잉태할 때
-모년 모일의 엘리베이터
"나"는 논리적 언어가 대상을 너무 멀리 두게 하고 개괄하는 위치까지 밀어내어 초과한 거리조정이 되었다. 시에도 물론 논리가 있다. 현학적, 논리적 수사는 감지한 사실을 정서적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고 대상을 논리적 탐구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즉 논리적 언어가 많아서 정서적인 결합이 되지 않는다
-시적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가 미적 지각에 필요한 작가의 적절한 태도의 문제라면, 시적 대상과 관점과의 문제는 감지의 시각과 관련있다.
미적인식이 그 무엇에 관한 정서의 형식화된 표현이라면 모든 시에는 좋은 시이든 그렇지 못한 시이든 구별없이 어떤 형태의 정서가 개별적 편차를 보여주며 나타나게 도어 있다. 그것은 대상에 대한 인식 주체의 감각의 깊이와 넓이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는 언어 표현행위의 적절성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시각의 차이에서 연유한다.
**가**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다른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유치환, 깃발
-깃발이 어떤 종류의 것이며 어떤 장소에 꽂혀 있으며,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인가 등 구체적 사실을 사상(없애고) 깃발이 어떤 의미의 존재인가를 밝히려 했다
관념적 관점
**나**
개구리 울음만 들리던 마을에
굵은 빗방울 성큼성큼 내리는 밤
머얼리 산턱에 등불 두셋 외롭구나
이윽고 홀딱 지나간 번갯불에
능수버들이 선 개천가를 달리는 사나이가 어렸다
논뚝이라고 끊어져 달려가는 길이나 아닐까
번갯불이 스러지자
마을은 비내리는 속에 개구리 울음만 들렸다
-박남수, 밤길
-밤길의 의미를 추구하지 않고 어느 특정한 날의 현상적 사실을 선택적으로 가시화하여 밤길의 정서를 드려낸다. 실재적 관점
* 일정한 시각을 가진 한 사람 앞에 존재하는 시적 대상은 우선 하나이다.
* 그 하나인 대상은 동시에 하나의 세계로서의 하나이기도 한다.
*사물이든 관념이든 대상은 각각 의미의 세계, 의미의 우주인 까닭이다.
*특정한 대상, 즉 특정한 시적대상이 하나의 세계라는 사실은 그 대상이 많은 부분으로 이루어진 전체, 많은 국면으로 어우러진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대상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시각에 따라 다양하고도 극심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그 세계를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그 세계는 우리가 지각해야 할 국면으로 다가온다
* 관념적 관점은 구체적 현상을 사상시키고 개괄적인 입장에서 대상을 나름대로 인식하고자 하는 태도이고, 실재적 관점은 구체적 현상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태도이다.
**귀신이 산다/이명윤**
야시골 서편 오래된 폐가에
귀신이 산다고 모두들 수군거린다
거뭇거뭇 해가 지면
기이한 울음소리 들려온다며 무서워한다
어릴 적 자주 놀러 간 그 짐
내력 잘 아는 나는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건넌방에 옛 동무랑 오순도순 누우면
가만히 색동 이불 속 발가락 간질이던
창문 바까 쓱 긴 머리카락 드리우다 밤이면
어둑한 뒷간에 몰래 숨어
두 손 들고 히죽거리던 처녀귀신
허나 벌써 수십 년도 지난 일
지금쯤 부정하게 늙은 그녀만 남았을 텐데
침침한 저녁 문지방 넘다 소복이 걸려
문짝과 함께 나자빠지진 않았을까
흰 고무신 두 짝 가슴에 안고
기울어진 대청마루에 중얼중얼 앉아 있진 않을까
산짐승 무서워 빈 독에 숨어 뚜껑을 닫고
한 달이 넘도록 꺼이꺼이 울고 있을지도 모르지
아, 오늘 같은 밤에 지붕 우에 앉아
아이 추워ㅡ 아이 추워, 청승맞게 칭얼대면 어쩌나
가만 생각하니 은근 걱정되는 것인데
샛바람만 불어도 덜덜거리는 무서운 적막
부뚜막 온기가 사라지고 수도도 전기도 끊기고
택배마저 오지 않는 폐가에 남아
귀신은 도대체, 저 혼자서
무얼 먹고 살아가나
-쓸쓸함
**습작시/ 시장통 길거리 좌대**
추운 겨울바람 쌩쌩 맞고있다
지나는 행인들과 혹시나 눈맞춤 하고있다
좌대위
냉이, 물미역, 곳감등 주섬주섬 푸성귀들
엄니의 땀내 물신 배어있는 애장품들
한 옹큼의 삶의 애착
거리의 겨울 녹이고
이내 마음 찌릿하게 데핀다
엄니의 젊은 뾰족 구두는 어데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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