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속 고갱이**
연하면 겉껍데기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
가을배추 속 고갱이
노란 속 살
배추의 가을 꽃
올 여름 겁나게 더웠다
낮엔 밭일 손길도 쓰러트리고
밤엔 잠을 설쳐 깨웠다
뉴스도 더위를 먹어 헉헉대며
새로운 최고기온 소식을 토해냈다
더위가 끝이 없으리란 우리네 앙탈들
정말로 찬바람은 언제 오려나
이 또한 지나가리
묵묵히 버텨낸 노랑이
불타는 땡볕
겁나는 폭퐁우
목타는 조갈증
온몸으로 받아 이겨낸 연한 몸
끝까지 싱싱하게 활짝 인간에 보시
연한 건 제일 강한 것
2)병아리 같은 귀여운 노랑
지들 키순대로의 줄서기는 얼마나 가지런하던가
배추씨앗의 손자
배추 속고갱이
손자 봤을 때 절친 친구가 축하 전화 하는 말
이제야 자네와 나
진짜 친구가 되었구먼
손자 키워보면 알게 될거라네
옷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웃고
즉흥 즉물적이다
뒤끝 앞끝이 없다
세파에 때묻지않은 연하고 여린 사람의 씨앗
천진난만해서 어른의 아버지
살아온 삶을 참회하게 한다
**흰 까운의 눈물**
장사 잘 된다
명절대목 재래시장 같다
돛대기 시장이 따로없다
금요일 오전 일찍 서울 모대학병원 채혈실
번호표불도 인간들 줄세우기에 땀 뻘뻘
불투명한 병원균들 여기저기 날갯짓
서로 부축하는 노령의 혈액도
혼자 온 젊은 혈액도
서로 측은한 눈길들
젊어서 뼈빠지게 번 돈
늙어선 병원에 다 바친다
의자에 앉은 혈액들 서로 푸념 주거니 받거니
동무하며 대기시간을 줄이고 있다
저기 한 흰 까운
붐비는 통로까지 한 손님 배웅나왔다
손 맞잡은 두 눈가가 빨갛다
까운은 배웅의 발걸음을 멈추고
사복의 뒷모습을 눈물 흘리며 바라보고 있고
사복도 눈물을 털어내며 황망히 총총 걸음
치료받던 환우가 뭔 변고가 있었던듯
사복은 보호자 아마도
차갑고 쌀쌀맞은 메스족
그대들도 어쩔수 없는
속은 여린 인간들
흰 까운으로 생업상 잠시 포장했을뿐
**흐르는 내 육체**
작은 파문이 인다
그 파문이 투명한 혈액통 비이터로 흘러든다
내 육체가 유리통으로 흘러든다
난 그것을 내 문으로 보고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씹기를 했을까
밥과 국
그리고 젖깔짓을 해댔을까
여리고 여린 내 육체가 흐를때
나는 나의 건강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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