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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미션/연하다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8. 11. 22. 01:16

**배추 속 고갱이**

 

연하면 겉껍데기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가

가을배추 속 고갱이

노란 속 살

배추의 가을 꽃

 

올 여름 겁나게 더웠다

낮엔 밭일 손길도 쓰러트리고

밤엔 잠을 설쳐 깨웠다

뉴스도 더위를 먹어 헉헉대며

새로운 최고기온 소식을 토해냈다

더위가 끝이 없으리란 우리네 앙탈들

정말로 찬바람은 언제 오려나

 

이 또한 지나가리

묵묵히 버텨낸 노랑이

불타는 땡볕

겁나는 폭퐁우

목타는 조갈증

온몸으로 받아 이겨낸 연한 몸

 

끝까지 싱싱하게 활짝 인간에 보시

연한 건 제일 강한 것

 

2)병아리 같은 귀여운 노랑

지들 키순대로의 줄서기는 얼마나 가지런하던가

배추씨앗의 손자

배추 속고갱이

 

손자 봤을 때 절친 친구가 축하 전화 하는 말

이제야 자네와 나

진짜 친구가 되었구먼

손자 키워보면 알게 될거라네

 

옷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웃고

즉흥 즉물적이다

뒤끝 앞끝이 없다

세파에 때묻지않은 연하고 여린 사람의 씨앗

 

천진난만해서 어른의 아버지

살아온 삶을 참회하게 한다

 

**흰 까운의 눈물**

 

장사 잘 된다

명절대목 재래시장 같다

돛대기 시장이 따로없다

금요일 오전 일찍 서울 모대학병원 채혈실

번호표불도 인간들 줄세우기에 땀 뻘뻘

불투명한 병원균들 여기저기 날갯짓

서로 부축하는 노령의 혈액도

혼자 온 젊은 혈액도

서로 측은한 눈길들

젊어서 뼈빠지게 번 돈

늙어선 병원에 다 바친다

의자에 앉은 혈액들 서로 푸념 주거니 받거니

동무하며 대기시간을 줄이고 있다

 

저기 한 흰 까운

붐비는 통로까지 한 손님 배웅나왔다

손 맞잡은 두 눈가가 빨갛다

까운은 배웅의 발걸음을 멈추고

사복의 뒷모습을 눈물 흘리며 바라보고 있고

사복도 눈물을 털어내며 황망히 총총 걸음

치료받던 환우가 뭔 변고가 있었던듯

사복은 보호자 아마도

 

차갑고 쌀쌀맞은 메스족

그대들도 어쩔수 없는

속은 여린 인간들

흰 까운으로 생업상 잠시 포장했을뿐

 

**흐르는 내 육체**

 

작은 파문이 인다

그 파문이 투명한 혈액통 비이터로 흘러든다

내 육체가 유리통으로 흘러든다

난 그것을 내 문으로 보고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씹기를 했을까

밥과 국

그리고 젖깔짓을 해댔을까

여리고 여린 내 육체가 흐를때

나는 나의 건강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