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지/나의 이야기

고향아,너 잘 있었니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8. 1. 1. 16:29

**고향아,너 잘 있었니**

 

고향아 그동안 잘 있었니?

고향이 되묻길

너도 잘 있었니?


오랜만에 고향 가는 길

고향친구 간만 벗하며

그 시절처럼

시외버스타고 덜렁덜렁

마음도 신이난다


그땐 그랬지

버스표 구입해서

그 종이장 손에 꽉 움켜쥐고 승차

요즘은 전국통용 버스카드로 삐리릭

전망 다 잡힐 맨 끝 바로 앞 자리에 몸을 맡긴다

얘기 주고 받다 자다 깨다

버스 뒤 출렁임에 몸이 서서히 그로기

고향도 많이 늙었겠다 싶다

 

강화터미날

고향 그때처럼 걸어 가려니 친구가 버스를 다시 타잖다

문명의 손아귀가 고향까지 쳐들어왔다

좁은 읍내 길목마다 승하차

도시의 셔틀서비스가 쳐들어왔다

노루꼬리 동짓날 빨리는 좋은데

길마다 옛 냄새 맡기는 아쉽다

 

고향이 그리운 것은

코찔찔이 칭구와의 옛날이 있기 때문

몇몇 전화를 걸었더니

세태가 바뀐건지 나 같은 친구라 그런지

아예 불통에 나중에도 무답인 친구에

문자 날려봐야 기껏 핑게스런 답 뿐

두드리니 문이 열리나

위 아래 살았던 한 녀석 당장 만나자네 어디냐고

 

녀석의 네발 덕분에 노루꼬리 좀 늘이네

읍에서 제일 가까운 이북 접경지 연미정

물의 디엠지

갈리는 물길이 제비의 꼬랑지 같은 곳의 정자, 연미정

사상이 무엔지 국가체제가 무엔지

물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간보다 훨 낫다

엄혹한 냉전이 존재하여

여기 초겨울 날씨도 냉혹하다

 

칭구가 안내하는 식당에서 고향스런 저녁을 따끈히 먹고

발로 소화시킬겸 터미날 오는 중

조명빨이 눈을 혹한다

남문

우리땐 흔적도 없던 것이 우뚝 번듯하여

옛날을 놀라킨다

가을마다 진저리치게 하는 고향 특산물, 순무우

겨우 한 가게 찾아 한 단 사 밴낭에 우겨넣는다

고향을 가방에 넣었다

 

늙어 쪼그라진 고향

내가 큰건가

고향이 남루해진 건가

그럴수록 더 가슴에 남는 고향

귀천의 연어인가

엄니의 늙은 조막손인가

잊을 수 없는 고향

엄니의 체취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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