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밥에 대한 예의/문성해**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7. 12. 7. 22:30

**밥에 대한 예의/문성해** 폭설 내리고 한 달 나무들은 제 그늘 속에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을 내달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먹으려고 남겨둔 나무들은 천천히 눈밥을 녹여가며 먹는다 식은 밥처럼 저번 눈밥보다 맛이 어떤가 음미하면서 인근 취로사업장에서 이곳 공원으로 찾아든 아낙들이 서서히 뿌리가 가지로 맛을 전하면서 도시락을 먹는다 제 몸의 기관들 일제히 물오르는 소릴 들으면서 그동안 흰 눈밥이 너무 싱거웠던가 나무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를 다 갖추어 물씬 피아나는 파김치와 깻잎 장아찌 냄새에 눈밥을 떠 먹는다 조용하던 나뭇가지 한 순간 일렁인다 어서 흰 밥덩이를 모두 헤치우고 또 보드블록을 교체하러 가야 하는 저이들 밀어넣은 밥숟갈이 너무 크다 크고 헐렁한 위장은 또 얼마나 위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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