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아버지는 옛날 사람/장석주-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7. 4. 3. 12:48


-아버지는 옛날 사람/장석주-    
옛날이 간 세월이 아니라 오는 세월이면
아버지는 돌아올 사람, 지금 돌아오는 사람,
가는 것은 세월이고,
지금 문고리를 잡고 있는 나다.
아버지가 문밖에 헛기침을 한다.
문 안 것들은 다 슬픔으로 뚱뚱해진다.
금생은 문을 여닫는 일로 바쁘다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지는 금생
이쪽은 저쪽을 망각하고 저쪽은 이쪽을 기억한다
아버지와 나는 엣날 사람
옛날은 마른 시간
조금과 보름 사이로
바닷물이 육지를 밀며 들어오는 것은
우리가 나를 먹는 탓이다.
모란꽃을 모른 채 모란꽃밭 위로 나는 나비 몇 점들
옛날은 자꾸 돌아와서
또 엣날 속에서 저문다
아버지는 젊은 옛날 사람
아버지, 아버지, 나는 자꾸 늙어요.
저 거울로 저 무릉으로 밀려 들어가요
아버지는 무지개같이 젊어서 돌아오고
하늘의 거울로 떠서 늙어가는 우리를 
낱낱이 비춰내는 것이다.
아버지는 내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문장이다.
지금도 그 미완성인 원고를 마저 쓰기 위해 고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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