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김종해-
대티고개 너머 구덕산에서
어버지가 지게로 지고 오신 나뭇단 꼭대기에
진달래꽃이 꽂혀 있다
젊은 아버지가 장난삼아 지게 위에 쓴 시는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어머니는 진달래꽃만 곁에 두고
솔가지를 꺾어 아궁이에 넣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어머니의 얼굴 위에
황홀하고 발그레한 무늬를 수놓았다
시보다 아름다운 무늬가
젊은 어머니를 뜨겁게 했다
물은 설설 끓고 가마솥 위에 떡시루
김은 하얗게 장지문을 적시는데
떡은 다 악었다, 떡은 다 악었다.
절구통에 떡 칠 일 빼놓고도
젊은 아버지는 할 일이 많으시다
따뜻한 봄날
부엌강아지 같은 어린 아들이
할 일 많은 아버지 옷깃에
자꾸 걸치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