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모음
■ 2016년 《한국일보》동시 당선작
콧구멍에 낀 대추씨 / 안안미
우리 할머니 집 세탁기는
덜커덩덜커덩
참 요란스럽게도 일한다
명절 때마다
할머니 집 수리기사가 되는
우리 아빠
두리번두리번
세탁기 한 쪽 받칠 만한 걸 찾는다
- 쪼매만 있어봐라잉
창고에 다녀온 할머니 손에는 내 손바닥만한 장판 한 조각
- 콧구멍에 낀 대추씨도 다 쓸 데가 있제잉
한 번 접고 두 번 접어
세탁기 밑에 끼어 넣었더니
수평이 딱 맞는다
세탁기에 낀 장판 조각
콧구멍에 낀 대추씨
■ 2016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모내기 / 김종훈
모내기 하는 날은
세상에서 제일 큰
밥상보를 만드는 날입니다
황새가
이리저리
훨훨 날아다니며
치수를 잽니다
아빠는
이앙기로
탈탈탈탈
초록 천을 펼칩니다
엄마는
못짐을 들고
논둑을 따라
시침질이 한창입니다
때마침 내리는 비가
은침으로 박음질을 끝내면
들판은 세상에서
가장 큰 밥상보입니다
한 여름 땡볕을 견디고
가을 햇살이 익을 무렵
저 큰 밥상보를 가만히 들추면
푸짐한 밥상이
들판 가득 차려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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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육대학 졸업
●(현)울산초등학교 교장
●공무원문예대전 시·동시 최우수상 수상
●동아일보,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 2016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숙제 안 한 날 / 박미림
친구랑 둘이 남아 벌 청소 한다
하늘을 나는 대걸레
배는 점점 고파오고
대걸레 휘휘 돌리니
아하,
대걸레가 몽땅 짜장면이다
꿀꺽, 침 삼키고 바라보니
세 그릇쯤 된다
색종이로 오이 송송
단무지 한 쪽
후루룩 쩝쩝
하하하
일기 안 쓴 예찬이 한 그릇
나 한 그릇
에라, 모르겠다
선생님도 드리자.
에궁에궁
신기한 짜장면, 배는 안 부르고
예끼
선생님이 주신 짜장면 값
꿀밤 한 알
미소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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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충북 보은 출생,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2001 목월문화제 시 장원, 2012 문예감성 수필 등단.
저서 : 꿈꾸는 자작나무(수필), 서울 재동초등학교 교사
■ 201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엄마 생각 / 이상윤
오늘도
엄마는 오지 않는데
잠들기 전
엄마에게 편지를 써
발자국이라 쓰고
귀를 대면
엄마의 구두 굽 소리가 들려
쓰다만 편지를
아침에 다시 펼쳐 보면
엄마에게로 가는
길 하나가 나 있을 것 같아
내 발자국이란 글자를
두 손가락으로
살며시 집어 들어
문밖에다 내다 놓으면
또각또각
엄마에게로
걸어갈 것 같은 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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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필명 이사람) 1969년 서울 출생
2013년 '시산맥' 신인상 당선
2015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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