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2.29 03:05
- 전제덕·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제덕씨, 저희 모두 지금 서 있어요!" 관객 누군가 흥분에 못 이겨 소리쳤다. 10년 전 나의 첫 하모니카 콘서트에서 들렸던 그 외침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보진 못하지만, 객석을 알 수 있다. 관객이 내 공연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모두 느낀다. 공연이 마지막에 이르자 열광한 관객이 모두 기립했다는 것도 실은 알고 있었다. 객석에서 내게 전하려고 한 것은 단순히 일어섰단 사실이 아니라, 자신들의 흥분과 감동이었으리라.
그 뒤로 10년 동안 4장의 음반을 냈고 숱한 공연 무대에 올랐다. 언젠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멋진 콘서트를 해보리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것도 벌써 2년 전에 이뤄졌다. '전제덕의 마음으로 보는 콘서트'라는, 내 이름을 건 공중파 TV 음악방송도 해봤다. 예전에 꿈처럼 여겼던 일들이 이미 현실이 됐거나, 되고 있다. 하모니카에 의지해 나는 참 멀리도 왔다.
조용히 하모니카를 꺼내 불어본다. 하모니카는 들숨과 날숨을 엮어 연주하는 거의 유일한 악기다. 들고 나는 호흡, 온전한 생명이 들어가야만 하모니카는 비로소 내 편이 된다. 나의 코 밑에서 나를 안심시키는 소리가 서서히 퍼진다. 이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한 뼘 크기밖에 되지 않는 조그만 악기가 내 인생의 동반자다. 속으로 되뇐다. "고맙구나 하모니카야, 다시 조금만 더 걸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