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저녁 이동순(1950 - ) 김천
오늘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길에 떨어지는 나뭇잎들이
우수수 몰려다녔습니다
그대에게 전화를 걸어도
신호만 갑니다
이런 날 저녁에
그대는 어디서 무얼하고 계신지요
혹시 자신을 잃고
바람찬 길거리를 터벅터벅
지향없이 걸어가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이 며칠 사이
유난히 수척해진
그대가 걱정스럽습니다
스산한 가을저녁이 아무리 쓸쓸해도
이런 스산함 쯤이야
아랑곳하지 않는
그대를 믿습니다
그대의 꿋꿋함을
나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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