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츠 주머니/ 이병률 언제 입었는지 한참 된 것 같은 셔츠 주머니 속에 몇 개 밥알이 뭉친 채로 마른 채로 들어 있다 칠칠맞게 밥을 먹다 흘린 건가 말라비틀어진 밥알을 꺼내 버리려다 말고 오래 만지작거리며 들어다본다 언제 한번은 셔츠 주머니에 단추 하나가 들어 있었다 늪지를 함께 걷던 당신이 내 셔츠에서 떨어진 단추를 주워 건넸다는 걸 더듬더듬하여 알게 되었다 넣어들 것이 있어 주머니는 마음의 바깥이라던다 뒤집어 보일 수 있으니 주머니는 마음하고 다르다던가 있으면 아무 의미라도 되게 방 하나 심장 그쪽에 들여놓고 산다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