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펫 부는 두부
태풍으로 피 멍든 동네에 트럼펫 피었다.
전국적으로 한 손에 든단 죽도시장. 반찬거리 지나 중앙 십자로에서 트럼펫 소리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두부 판매 리어카 옆 작은 엉덩이만 걸치는 의자에 트럼펫이 아슬해 앉아 있었다. 땀 절은 누리쿠린 두건을 쓰고 바람 불어내는 얼굴 시뻘겋다. 목의 힘줄이 보디빌더의 팔뚝 힘줄처럼 불뚝 솟았다.
트럼펫 멜로디는 시장 파장의 즐거운 노을이었으며 노을은 지그시 눈 감은 트럼펫의 암보이었다. 그런 배경을 울타리로, 오늘의 추수를 감사하는 밀레의 만종, 아니 죽도시장의 만종이 펼쳐졌다. 소리 없는 박수에 흘깃 답하는 눈빛이며 트럼펫의 영혼과 발걸음들의 영혼들 어깨동무가 도란도란했다. 걸음걸음마다 안기는 멜로디는 더없이 감미로웠다.
호화찬란한 버스킹도 아니고 호객행위도 아닌 낭만 어린 페이소스의 가락이어라
트럼펫 멜로디로 버무려진 두부는 맛 최고 두부였으리라. 트럼펫 메아리가 시장 밖까지 배웅 나왔다.
밝고 즐겁고 서로 보듬는 수고한 우리, 트럼펫 부는 두부는 소망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