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을 꿰매다
하늘은 낮은 데로 임하라고 가르치셨나?' 하늘의 자식, 비도 그 가르침대로 낮은 곳으로만 임하였나?
비 피해로 반지하에 살던 서울 발달장애인 3 모녀의 희생. 아직도 미안하고 슬프다.
물길에 밀려 출입문도 안열리고 물의 키는 무릎에서 가슴으로 목까지 속절없이 커 오르니 얼마나 무서웠겠나. 얼마나 발버둥 쳤겠나? 비상탈출구 방범창은 지옥의 감방 창살이었겠다. 외부 구출의 손길도 막았겠다.
나도 한 때 반지하 밥을 먹은 적 있다 주택건설업자의 감언이설에 혹 해 빚을 안고도 또 세입자 5세대를 끼고 반지하 2층집, 심은 적 있다.그저 새 집이면 다 새 집인줄만 알았다. 맹지며 코딱지만한 땅에 번듯하게 짓지도 못하고 낮은 지대에 집 밑으로 배수관을 뽑았다. 우수로로 집을 둘러치고 주배수구가 반지하집 안방 창문보다 약간 낮게 위치했다. 여름 소나기라도 퍼부을땐 우수로가 금방 운하로 변했다. 창문으로 빗물이 넘어 들어갈까봐 비상이었다. 그때마다 쓰레기로 배수구가 막힐까봐 비 맞으며 배수구에 보초를 섰다.반지하에 세든 2세대가 도저히 못살겠다고 보증금을 빼달랬다. 그 사람들 도망다니느라 집에도 들어가기 싫었다. 차라리 도망다니느니보다 마음 편하게 내가 반지하족이 도리라. 하여 2층 빈겁데기 주인이 반지하로 내려와 살았다. 집터가 미나리깡터. 물구덩이에 땅을 더 파 집을 앉혔으니 물 솟는 샘은 얼씨구나다. 실내 바닥은 늘 축축해 양말이 어느샌가 젖어들어 저벅저벅했다.습기를 제거하고자 보일러를 켜면 더 습하고 곰팡내가 더 심했다. 습한 데를 좋아하는지 바퀴벌레가 득실득실했다. 곰팡이 냄새와 젖은 세멘트 냄새가 건설현장같이 야릇 몽롱했다. 실내의 야전생활이었다. 지상의 발자국 소리들이 고스란히 들리는 반지하, 이런 층간 소음도 있는 멀쩡한 산 자들의 무덤이었다. 병사들의 지하 벙커와도 같았다. 이혼사유로 충분하고도 넉근했으리.
그래도 삶을 살아내는 반지하 민족들. 거기에 빗물까지도 들어차 그네들을 집어삼키니 입 있으면 한 말씀 해보시라, 하늘님! 정녕 물은 낮은 곳으로만 임하는죠?,
빗물 꿰매는 내 마음도 한없이 낮은 곳으로 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