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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6 문목 시/ 인유, 다른 예를 끌어다 쓰자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2. 7. 7. 01:01

* 인유: 인물이나 사진 또는 다른 문학작품이나 구절을 직접, 간접적으로 가르키는 것을 말함.

자신의 논리를 보완하기 위함. 인유는 참조의 다른 말

 

*다방과 차 관련 시

 

1 염치 / 최영욱 

 

찻잎 따는 날이면

어김없이 무릅을 꿇습니다

착하고 어린 잎들을 키워낸

저 큰 산에  엎드려 한 번 절하고

다시 그 착한 잎들에게 용서하라 용서하라

무릎 꿇습니다

 

허나 절을 하고 무픞을 꿇으면서도 그 어리디

어린 잎들의 목을 툭툭 꿇는다는 게

여간 힘들고 미안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로 인한 향이 여러 고운 이들의 몸을 감싸고

너로 인한 국물이 여러 설운 이들의 몸을 덥혀 

묘용이 일어날지니

 

어김없이 올 봄에도 차밭에서 절하고 무릎 꿇을 것입니다

용서하가 어린 찻잎들아

부디 용서하라

우리 주고받은 곡조 짙은 상처들아

 

어디 향 좋은 차 마주하시거든

절 아니래도 무픔 꿇지 않아도 좋으니

머리 숙여 합장 한 번은 어떨까 싶습니다

 

2 새 벽/ 허영자 

 

새벽이 * 새 벽일 때가 있다

날이 밝아도 잡고 늘어지는 아침잠에

떨어지지 못하는 눈꺼풀처럼

쉽게 걷히지 않는 안개 속 새벽은 

*넘아야 할 하루의 벽이다 

 

마음 놓고 기대던 든든한 기둥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허정거리며 밖으로 나간 거리는 황량한 벌판

갈 곳이 없다

기둥 대신 기댈 곳을 찾느라

공부하듯 훝어 내려간 구인 광고지 

키를 키우듯 점점 높아지는 벽 앞에 주저앉으면

갚아야 할 대출금과 자식 대학등록금이 

삼킬 듯 넘실거리며 다가온다

 

새벽 인력시장 헛걸음질 하는 사람들 뉴스를 보며

나만 힘든게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드나무 가지처럼 쳐진 어깨를 추스려

* 새 벽이 새벽이되는 날을 향해

주저앉았던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3 허균/ 박성민

 

때늦은 여름밤에 그대 마음 읽는다*

지금도 하늘에선 칼 씌워 잠그는 소리

*보름달 사약 사발로 떠 먹구름을 삼켰다

어탁처럼 비릿한 실록의 밤마다

먹물로 번져가는 모반의 꿈 잠재우면

뒷산의 멧새소리만 여러 날을 울고 갔다

 

4 일기장/ 조윤주 

 

일기장은 

기억의 냉장고야*

 

하루에 보고 듣고 한 일

싱싱하게 보관해 주는

그냥 내버려 두면

쉽게 상해 못 먹게 되는

음식처럼

 

기억도 생생할 때

보관해 두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게 돼 

 

엄마가 장 봐 온

채소를 다듬듯이

하루에 일어난 일

잘 다듬어서 넣어 둬야지

 

심심할 때 

오래된 일기장

꺼내 읽으면

 

냉동실에서 꺼낸

아이스크림처럼

꽁꽁*

얼어있던*

옛날의 기억이*

살살 녹으면서*

 

달콤한 추억*

맛보게 해 줄 테니까 *

 

5 그것은 무엇일까요? / 볼테르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즐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희한을 만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 그것은 시간

 

6 아홉 고개/ 신재섭

 

누굴까?

 

할 일이 늘 많았어

참외를 차미라 불렀지편의점 삼각 김밥을 몰라

다른 나라에 가 본 적이 없어

나처럼 쌍꼬풀이 한쪽만 졌더

여름이면 봉숭아 물들이기를 했지

사진으로만 볼 수 있어

마지막 날 김치전이 먹고 시ㅠ다 헸어

정말로 내 곁을 떠났을 때

마치 난 지구 밖으로 떨어진 것 같았어

 

*김현욱: 수수께끼는 어떤 사물에 대하여 바로 말하지 아니하고 빗대어 말하여 그 끗이나 이름을 알아맞히기. 시는 수수께끼다. 시인처럼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내보자

 

7 ? / 김현욱

 

고기 구울 때

찐득찐득 기름ㅂ디 알아서 닦아주고

 

손톱 깎을 때

딸깍딸깍 튀어나가는 손톱 받아주고

 

생 라면 부셔 먹을 대

라면부스러기 스프가루 고이 모아주고

 

심심할 때

장난감칼 고깔모자 되어 깔깔깔 웃겨주고

 

*신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