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유: 인물이나 사진 또는 다른 문학작품이나 구절을 직접, 간접적으로 가르키는 것을 말함.
자신의 논리를 보완하기 위함. 인유는 참조의 다른 말
*다방과 차 관련 시
1 염치 / 최영욱
찻잎 따는 날이면
어김없이 무릅을 꿇습니다
착하고 어린 잎들을 키워낸
저 큰 산에 엎드려 한 번 절하고
다시 그 착한 잎들에게 용서하라 용서하라
무릎 꿇습니다
허나 절을 하고 무픞을 꿇으면서도 그 어리디
어린 잎들의 목을 툭툭 꿇는다는 게
여간 힘들고 미안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로 인한 향이 여러 고운 이들의 몸을 감싸고
너로 인한 국물이 여러 설운 이들의 몸을 덥혀
묘용이 일어날지니
어김없이 올 봄에도 차밭에서 절하고 무릎 꿇을 것입니다
용서하가 어린 찻잎들아
부디 용서하라
우리 주고받은 곡조 짙은 상처들아
어디 향 좋은 차 마주하시거든
절 아니래도 무픔 꿇지 않아도 좋으니
머리 숙여 합장 한 번은 어떨까 싶습니다
2 새 벽/ 허영자
새벽이 * 새 벽일 때가 있다
날이 밝아도 잡고 늘어지는 아침잠에
떨어지지 못하는 눈꺼풀처럼
쉽게 걷히지 않는 안개 속 새벽은
*넘아야 할 하루의 벽이다
마음 놓고 기대던 든든한 기둥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허정거리며 밖으로 나간 거리는 황량한 벌판
갈 곳이 없다
기둥 대신 기댈 곳을 찾느라
공부하듯 훝어 내려간 구인 광고지
키를 키우듯 점점 높아지는 벽 앞에 주저앉으면
갚아야 할 대출금과 자식 대학등록금이
삼킬 듯 넘실거리며 다가온다
새벽 인력시장 헛걸음질 하는 사람들 뉴스를 보며
나만 힘든게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드나무 가지처럼 쳐진 어깨를 추스려
* 새 벽이 새벽이되는 날을 향해
주저앉았던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3 허균/ 박성민
때늦은 여름밤에 그대 마음 읽는다*
지금도 하늘에선 칼 씌워 잠그는 소리
*보름달 사약 사발로 떠 먹구름을 삼켰다
어탁처럼 비릿한 실록의 밤마다
먹물로 번져가는 모반의 꿈 잠재우면
뒷산의 멧새소리만 여러 날을 울고 갔다
4 일기장/ 조윤주
일기장은
기억의 냉장고야*
하루에 보고 듣고 한 일
싱싱하게 보관해 주는
그냥 내버려 두면
쉽게 상해 못 먹게 되는
음식처럼
기억도 생생할 때
보관해 두지 않으면
사라져버리게 돼
엄마가 장 봐 온
채소를 다듬듯이
하루에 일어난 일
잘 다듬어서 넣어 둬야지
심심할 때
오래된 일기장
꺼내 읽으면
냉동실에서 꺼낸
아이스크림처럼
꽁꽁*
얼어있던*
옛날의 기억이*
살살 녹으면서*
달콤한 추억*
맛보게 해 줄 테니까 *
5 그것은 무엇일까요? / 볼테르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즐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희한을 만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 그것은 시간
6 아홉 고개/ 신재섭
누굴까?
할 일이 늘 많았어
참외를 차미라 불렀지편의점 삼각 김밥을 몰라
다른 나라에 가 본 적이 없어
나처럼 쌍꼬풀이 한쪽만 졌더
여름이면 봉숭아 물들이기를 했지
사진으로만 볼 수 있어
마지막 날 김치전이 먹고 시ㅠ다 헸어
정말로 내 곁을 떠났을 때
마치 난 지구 밖으로 떨어진 것 같았어
*김현욱: 수수께끼는 어떤 사물에 대하여 바로 말하지 아니하고 빗대어 말하여 그 끗이나 이름을 알아맞히기. 시는 수수께끼다. 시인처럼 재미있는 수수께끼를 내보자
7 ? / 김현욱
고기 구울 때
찐득찐득 기름ㅂ디 알아서 닦아주고
손톱 깎을 때
딸깍딸깍 튀어나가는 손톱 받아주고
생 라면 부셔 먹을 대
라면부스러기 스프가루 고이 모아주고
심심할 때
장난감칼 고깔모자 되어 깔깔깔 웃겨주고
*신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