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묘사시 숙제) 비들의 반란
티브이에 홍수가 났다
엘로우스톤
빗물이 콧잔등의 온갖 주름을 다잡고 양쪽 송곳니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집이 난파선이다
집이 구겨지지도 않고 통째로 떠내려간다
갓 쪄낸 팥시루떡 쪽 떨어지듯 흙 살점 붙은 아스팔트 껍질 떼어먹는다
닥치는 대로 허겁지겁 다 먹는 잡식동물이다
허기진 빗물의 용트림에 공포의 멀미가 난다
빗물의 째려봄이 살갗을 뚫는다
물의 손아귀가 스치는 순간마다 낚아챌 줄이야
물의 입이 그렇게 클 줄이야
물의 배가 그렇게 똥배일 줄이야
사람의 손들은 그저 맨손일 뿐
어찌어찌해 볼 수도 없는 순간
어의만이 눈물과 낙담을 뒷발로 찰 뿐
하염없는 빗발, 요강은 찰랑 찰랑인 데 풀린 오줌발은 쉬이 멈출 수 없듯 쏟아져 내리고
한 통 속, 그 위쪽 빙하도 녹아 홍수를 거들었다니
저 멀리 폴리스라인만 하염없이 넋을 잃고 서 있다
사람들은 지구의 아궁이에 불을 자꾸 지펴
몇 배로 되치기당하나?
언제까지 그렇게 지구를 괴롭힐 것인가?
무엇에 노했는지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비들
2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r1
조용히 만나자면
미리 식은땀 난다
식은 말 하는
마누라가 그러하듯
만나자고 하는 이유를
아무래도 못 찾겠다
못하는 술 넘치도록 급유하고
실성한 듯 재롱으로 모면할까
근엄하게 받아칠까.
요에 오줌 싼 강아지처럼 벌렁 나자빠질까
뭔 종이 내밀면 그냥 도장 찍어줄까
보지도 말고 박박 찢어 얼굴에 내던져줄까
순순히 도장 찍는 게 님을 더 님답게할 수도 있을까
눈에 선한 애들의 눈물이
내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긴다
미운 정 고운 정
또 한 페이지 넘기자
처음 눈꺼풀 꼈을 때 생각하며
r1 이병률 시집명 차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