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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8 문목 시/ 심상. 영상이 떠오르게 하자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2. 5. 19. 12:42

1고비의 배후/ 김대호

 

*사막을 옮기는 바람을 보았다

자고 나면 *사막의 등뼈가 휘어 있었다

 

사막 긴 *등뼈의 굴곡이 움직인다

*수족이 없는 사막이 어덯게 이동하는지 알 것 같았다

생명의 알집 하나만 오염되어도 전체가 고비인 내 몸과 다르게

고비사막은

*바람 외 어떤 생명도 키우지 않는다

*생명이 가장 위험한 고비라는 것을 깨우친 후일 것이다.

 

*생명은 위험하고 성가시고 손이 많이 가는 성질을 가졌다

 

*사막의 유일한 성분은 모래뿐

고비사막은 그것조차도 성가셔서 바람을 부려

*먼지의 먹이로 줘버린다

 

나는 이곳에서

그렇게나 궁금했던 *내 후생의 거처를 확인한다.

고비사막이 자신의 영토에서 모든 생명을 제거한 후

*생명 이전의 것들만 배치한 덕분이다

 

*생명이 되기 이전의 것들

*생명이 될 필요가 없었던 것들

*생명에서 급히 빠져나온 흔적도 없었다

 

생명은 *중심을 지키기 위해 일생을 허비하는데

내가 확인한 고비사막은 *자신에게 중심을 두지 않았고

*아주 작은 중심이 생기는 순간

*바람이 와서 금세 지워버렸다

 

-삶의 깊은 존재론을 노래

*무엇을, 어떻게 썼는가 의 주의 분석 필요

 

2 물방울/ 조말선

 

집을 떠나서 처음으로 이룬 것이 *마지막 말인 것이다 듣는 이 없이 부르짖은 감탄사인 것이다 절벽 위에서 엄마, 라고 소리쳤는데 처음으로 이루려고 했던 것이 누군가의 자식이었음을 보란 듯이 증명해낸 것이다 엄마, 라는 말이 *물주머니처럼 터지려는 것이다 *소금기를 꽉 빼고 눈물 이상으로 극적인 것이다 세상의 엄마들은 모두 얼굴이 *다른데 비슷비슷한 것이다 슬픔을 꼭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앞서간 사람이 나라고 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잡을 테면 기어이 뛰어 내린다는 것이다 *꼬깃꼬깃 주름을 집어넣은 엄마, 는 알고 보니 *둥군 것이다 꽤 반짝이는 것이다 결국에는 둥근 육체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아술아슬하게 봉착한 난관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토록 아름답고 빛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마지막으로 내민 손목이 있는 것이다 신이 있다면 이 손목을 이 손목을 놓아 주소서, 기도하는 자세를 보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 보니 *가벼워지고 가벼워졌는데 참을 수 없이 무거운 것이다 *찰나일 뿐인데 엄마, 가 있는 것이다

 

-,는 연상 작용, 강조 효과의 붙여 쓰기

-"마지막 말인 것이다" 의 으미?

 

3 등받이의 발명/ 배종영

 

*의자는 누구든 앉히지만

*스스로 앉아본 적은 없다

의자가 특히 *이타적 사물인 것은 

*등받이의 발명 때문이다

*사람의 앞이 체면의 영역이라면

*등은 사물의 영역이지 싶다

*기댄다는 것, 등받이는 혈족이나 친분의 한 표상이지도 싶다

갈수록 등이 무거운 사람들

*등받이에 등을 부려놓고

비스듬히 안락을 느끼는 것이다

언젠가 본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은

*취한 남자가 끝까지 넘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몸에 등받이 달린 의자 하나

들어 있지 싶었다

 

*취약한 곳에는 대체로

*이타적인 것들이 함께 있다

혈혈단신한테도 온갖 사물이 붙어있어

결코 혼자인 것은 아니지 싶다

*등받이는 등 돌리는 법이 없듯이

나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등에서

*절대적인 등을,

*등받이를 배운 사람이다

 

*계산 없이 태어난 사물은 없지만

*정작 사물은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물은

*일상사 대부분의 표준이 된다.

 

-서두-의자는 누구든 앉히지만/스스로 앉아본 적은 없다/ 매혹적

-*쓸데없는 사설 풀지말고/ 사전 변죽 울리지말고 단도직입적으로 쏘아댐이 좋은 시, 노래 경연에서 초입부에서 벌써 승패가 나듯이

*젓가락은 묘사. 숟가락은 진술

*교재 시는 필독

 

4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배운 정의를 폐기하고 내 느낌으로 내 것으로 내가 만나는 단어를 다시 정의하기

*시인은 자신의 고요한 사전을 가져야 한다

사랑/조만간 끝날 미끄럼 믿음/이상한 가역반응 증오/나비넥타

 

5 못 위의 잠/ 나희덕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 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6 창작시/검은 스키니복 

산자락 등성이를 뛰어오르는 검은 스키니 야생마 한 님

고양이 발가락 세운 듯 앞 말발굽
발목과 연결된 스프링 일순 열려
땅을 찍고 내 오르니
다리 종아리의 쌍 알통 폼나고
엉덩이의 성난 고탄력에 배턴터치하고
야구모자 뒤 틈으로 넘어온 말갈기
치렁치렁 말총머리는 진격의 트럼펫이어라

섹시한 뒤태
검고 미끈한
침만 질질 시선
나도 저런 젊음 있었었나

아까 설핏 되돌아본
그의 앞태가
내숭 관록의 내 시선을 몸살 나게 휘젓는데
그까짓 것
그래봤자
다 아는 것
그래도

보일 듯 안보일 듯
알쏭달쏭 아주까리?
여백이 좋다요
너무 대놓고 들이대면
겁나고 무섭고 도망가고 싶다요

7 사물시 써보기 연습

 

내 주위에서 있는 *온갖 사물 중 시의 소재로 삼을 만한 것들을 많이 발견해내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그 능력을 달리 말하면 *관찰력과 상상력이다. 유심히 주변을 관찰하면 쓸 "거리"는 무궁무진합니다. 쓸거리가 많으면 글/시를 자꾸 쓰고 싶어지고, 마땅한 소재를 찾지 못하면 글/시가 잘 안 씌여집니다. *글감 선택의 능력과 관찰력, 상상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연습으로 생기는 것이다. 어떤 사물을 보고 고정관념에 얽매인,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따분하고 재미없는 접근은 글/시가 되진 않는다. *끝임없이 사물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확장하고, 부정하고 거꾸로 생각하는 과정에서 글/시가 탄생한다. 그것은 사물의 이면/뒷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이며, 사물의 본래 모습을 찾아주는 것이다. 

*사물시는 하나의 사물을 글감으로 삼아 꼼꼼하게 묘사하는 시이다.  "의자" 관련 시를 보자

 

극장에 사무실에 학교에 어디에 어디에 있는 의자란 의자는

*모두 네 발 달린 짐승이다

*얼굴은 없고 아가리에는 발만 달린 의자는

흉측한 짐승이다 어둠에 몸을 숨길 줄 아는 감각과

햇빛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을 지니고 온종일을

숨소리도 내지 않고 먹이가 앉기만을 기다리는

의자는 필시 맹수의 조건을 두루 갖춘 네 발 달린 짐승이다

*이 짐승에게는 권태도 없고 죽음도 없다 아니 죽음만 있다

먹이들은 자신들의 엉덩이가 깨물린 줄도 모르고

편안히 앉았다가 툭툭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려 한다

*그러나 한 번 붙잡은 먹이는 좀체 놓아주려 하지 않으려는 근성을 먹이들은 잘 모른다

*이발 자국이 아무리 선명해도 살이 짓이겨져도 알 수 없다

*이 짐승은 혼자 있다고 해서 절대 외로워하는 법도 없다

떼를 지어 있어도 절대 떠들지 않는다

오직 먹이가 앉기만을 기다란다

그리곤 편안히 마비된다

서서히 안락사한다

제발 앉아 달라고 제발 혼자 앉아 달라고 호소하지 않는 의자는

*누구보다 안락한 죽음만을 사랑하는 네 발 달린 짐승이다

-김성용/의자

 

*의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상식을 깨트림

*의자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

*하나의 물건, 사물에 의자를 살아 숨쉬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

 

모과를 못생겼다고 하지만

모관는 얼굴이 아니고

주먹이다

돌덩이만큼 단단한 주먹이다

 

-이안/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