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28 임보시인 특강/좋은 시 어떻게 쓸 것인가?-포은도서관 어울마루
특강 시작전 포탈등 이것저것 뒤져 시인의 알음알음으로 영접의 마음 준비를 해봤다
1 임보시인/ 본명강홍기
출생1940년 6월 19일나이83세 (만 82세)
학력사항/서울대학교 국문학과
196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수상내역/2014.12. 제30회 윤동주 문학상
시집으론 임보의 시들 59-74. 자운영 꽃밭. 지상의 하루. 사람이 없다. 수수꽃다리. 아내의 전성시대. 벽오동 심은 뜻은. 눈부신 귀향 외 다수
시론집으로 엄살의 시학, 줗은 시 깊이 읽기. 미지의 한 젊은 시인에게. 시와 시인을 위하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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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프닝 맛보기 시
2-1 대 /임보
*누에가 그 맑은 몸으로
*은사의 가는 실을 뽑아내듯
**대는 그 빈 몸으로 소리의 실을 뽑아낸다
그것을 못 믿겠거든
달이 밝은 밤 잠시
*대밭에 나가 홀로 서 있어 보시라
아가의 손 같은 작은 댓잎들이
서로가 서로를 어루만지며
**흰 달빛에 맑은 바람을 걸어
*얼마나 신묘한 소리를 짜내는지
그래도 못 믿겠거든
*저 단소나 대금의 가락을 들어보시라
*대의 몸에서 풀려나온
*영롱한 소리의 실에
**그대의 귀가 깊이 묶이지 않던가?
*대가 몸을 그렇게 비운 것은
**한평생 자신이 빚은 소리의 실타래를
**그 속에 담아 두기 위함이다
-자운영꽃밭 2013, 시학
2-2 가시연꽃/임보
가시연은 맷방석 같은 넓은 잎을 못 위에 띄우고
*그 밑에 매달려 산다
잎이 집이며, 옷이며, 방패며 또한 문이다
*저 연못 속의 운수행각, 유유자적의 떠돌이
*그러나 혀약한 몸이라고 그를 깔봐서는 안 된다
그를 잘못 건드렸다간
잎과 줄기에 감춰둔 사나운 가시에 찔려
한 보름쯤 앓게 되리라
*그가 얼마나 매운 마음을 지니고 있는가는
꽃을 피울 때 보면 안다
*자신의 육신인 두터운 잎을 스스로 찢어
*창으로 뚫고 올라운 저 가시투성이의 꽃대
그 끝에 매달린 눈 시린 보라색, 등대의 불빛
*누구의 길을 밝히려
굳은 성문을 열고
*저리도 아프게 내댜보는가
-눈부신 귀향. 2011. 시학
3 시는 어떤 글이어야 하는가?
3-1 소통이 되는 시
시도 세상을 향한 발언이다
3-2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시
시가 예술작품이라면 내용이든 표현형식이든 아름다움을 지녀야 함
3-3 재미가 있는 시
독자의 호응을 받으려면 재미가 있어야 함
3-4 새로움이 있는 창조적인 시
창작물이 되려면 내용이든 표현형식이든 새로운 것을 담고 있어야 한다.
3-5 감동이 있는 시
시가 긴 생명을 가지려면 감동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좋은 시는 좋은 과일과 같아야 한다
보기도 좋고, 맛도 있고, 영양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4 임보의 시적 전략
가, 짧은 4단시 전략
*비상*
높이 나는 새를 부러워 말라
결국 그가 깃들일 곳은
지상의 숲이다
*산색*
강물에 낚시 드리운 채
한나절을 산 그림자만 보고 있다
문득, 어인 일로 입질도 안 하지?
어허, 미끼도 채 잊었었네그려!
*늙음*
눈 오듬은 보기를 탐내지 말라는 끗
귀 먹음은 듣기를 탐내지 말라는 뜻
이 빠짐은 먹기를 탐내지 말라는 뜻
잠 없음은 덧없이 꿈꾸지 말라는 뜻
*병*
*거 뉘신가?
*내 육신에 몰래 스며들어
*집 짓는 자
*내 뼈를 뽑아
*서까래를 엮고
*내 살을 이겨
*벽을 바르나 보다
나/ 율격과 압운 등 음악적 요소를 배려함
*율. 1*
-묵란곡
한 폭의 묵란을 심어보고 싶네
한 십 년쯤 깉게 먹을 갈아
황모 큰 붓을 창으로 곧게 세워
한산 가는 모시 그대 치마폭에
한란 아홉 꽃잎 새기고 고쳐 새겨
천년 묵은 향, 청산 님의 뜻을
오월 단오 푸른 그네 바람결에
백설 꽃잎으로 은하토록 밀고 밀어
한 많은 풍진세상 태워보고 싶네
-한~/두운
*율. 2
-궁우도
열두 줄 가얏고 드리고 드려
헐벗은 겨울 들판 품어 보고지고
빈 몸으로 그믐토록 서서
*궁우 미친 가락 화살을 날려
*떼 기러기 가슴마다 실은 상사병
산 너머 북녘 마을 그대 창가에
*산도화 피울음으로 심어 뒀다가
*얼어붙은 님의 간장 저미고 저며
*오작교 끊긴 다리 이어 봤으면....
-궁우/음악 혹은 가락을 일컷는 말
다. 파고 들어가기 (깨달음과 발견)
*크레도스를 몰면서*
내 윤마는 97년형 1.8 DOHC크레도스다
여기저기 자잘한 외상을 입기는 했어도
아직은 잘 달린다
매주 월요일 아침
서울 우이동에서 동부간선도로,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청주의 내 직장까지 나를 데려다 준다
액셀을 밟은 내 발이 나를 싣고 간다
아니, 발이 아니라 크레드스의 바퀴가
아니. 바퀴가 아니라 엔진이 나를 싣고 간다
아니. 기름이다. 중동산 가솔린
아닌 원유다. 수천 미터 지하에 수만 년 묻혀 있던 원유
아니. 원시의 거대한 유기물-동, 식물이다
아니. 태양이다. 우주다
수억 만 년 응축된 우주의 힘이
지금 나의 애마 크레도스를 몰고 있다
라. 다시 짜 만들기. 소재의 재구성
*바람을 몰고 가는 소녀*
높다란 둑길을 빨간 자전거 하나 굴러갑니다
*하얀 원피스의 목련꽃이 핸들을 잡았습니다
신명나게 굴러가는 바퀴가 바람을 일으켜
짧은 치맛자락이 펼럭입니다
*아니, 목련꽃 치마 밑이 궁금한지
*앞에 있던 바람들이 달려와 치마를 자꾸 들춥니다
길가 수양버들 실가지들이 흔들흔들 합니다
개울에 있던 왜가리도 목을 길게 빼고 두리번거립니다
앞산 숲 숙 어디선가 뻐꾸기도 조급히 울고
늙은 농부도 빠진 이를 드러낸채
허수아비처럼 멍하니 논 가운데 서 있습니다
마. 남의 생각 바꾸어 쓰기/차용
*섬/함민복*
물 *울타리를 둘렀다
울타리가 가장 낮다
울탈가 모두 길이다
*울타리/임보*
울타리는
경계와 경계 사이에 설치된 장애물이다
초가집 울타리는 수수깡이 되기도 하고
과수원 울타리는 탱자나무인 수도 있다
돌이나 흙으로 쌓은 담도 있고
철사나 철망으로 막은 철조망도 있다
개나리. 쥐똥나무의 부드러운 나무울타리
블록이나 시멘트로 높이 차단한 단단한 벽
울타리는 도둑이나 적들을 막는 방너진인데
*섬을 가둔 바다를 물의 울타리라 부른 시인도 있다
인간이 만든 가장 긴 울타리는 만리장성
*그러나 신이 만든 보이지 않는 울타리도 있다
*보라. 지상과 천국 사이에 설치된
*저 완벽한 허공!
바. 시야를 넓히기
*적요의 밤*
적요의 밤
내 등이 가렵다
희말라야의 어느 설산에
눈사태가 나는가 보다
적요의 밤
귀가 가렵다
남태평양의 어느 무인도에
거센 파도가 이는가 보다
적요의 밤
잠이 오지 않는다
내 은하계의 어느 행성에
오색의 운선들이 떨어지고 있나 보다
적요의 밤
얻리선가 밀려오는 향훈....
내가 떠나왔던 아득한 전생의 종루에서
누군가 지금 종을 울리고 있나보다
사. 시야를 좁히기
*작은 놈들이 무섭다*
물소는 몸이 크고 단단한 뿔을 지녀
그와 맞서는 맹수들은 별로 없다
그러나 거구의 물소를 넘어뜨러 잡는 것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사자다
그래서 사자를 두고
백수의 왕이라고 잎컫는다
그런데
그 백수의 왕 사자를 뜯어먹고 사는 놈이 있다
어떤 맹수인 줄 아는가?
불도 이빨도 사나운 발톱도 없는
*콩알보다도 작은 쉬파리들
그들이 사자의 얼굴에 앉아 우글거리고 있질 않는가?
하기야 지상의 황제 인간들을 혼쭐내는 놈들도
매머드처럼 거대한 동물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녀석들
*코로나 19라는 미생물이 아니던가?
아. 이야기로 꾸미기
*그리고, 왕이 되었네*
케냐의 한 훅인 소년이 길을 가다 은화 한 닢을 주웠네
그 은화로 무얼 할까 궁리를 하다 낚시를 샀네
그 낚시로 강에 나가 팔뚝만한 숭어를 낚았네
잡은 숭어들을 팔아 돈을 모았네
모은 돈으로 그물을 사서 바다로 나갔네
그 그물로 참치 떼를 훌쳐 배를 샀네
선장이 된 소년은 고래를 잡으로 먼 바다로 나갔네
태평양에서 고래를 쫓다가 한 섬을 발견했네
물고기와 열대 과일이 지천인 녹색의 무인도
그 섬이 소년을 붙들고 놓아주질 않았네
할 수 없이 그 섬에다 나라를 세우기로 했네
그리고 "바다의 성"이란 나라- 왕이 되었네
*손의 부활*
-능지처참은 대역 죄인에게 주던 최대의 형벌이다. 죄인을 죽인 뒤 그 시체를 머리. 팔. 다리. 몸통의 6개 부분으로 찢어 각지에 보내 여러 사람들에게 보이는 형벌이다. 중국에서부터 시작된 형벌이며, 이에 관한 우리나라의 기록은 고려 공민왕 때 부터이다. 그 뒤 조선 초기에도 시행되었으며, 특히 연산군, 광해군 때 많았다. 인조 때 엄히 막았으나 잘 지켜지지 않다가 1894년(고종31) 완전히 폐지되었다.(이상 NATE 백과사전)
이 형벌이 마지막 시행된 곳이 1894년 4월 28일 강화도 양화진이다. 겨우 3일 천하밖에 누리지 못했던 저 갑신개화혁명 91884)의 주모자 김옥균이 상해에서 한 자객에게 피살된 뒤 그 시신이 강화도에 이르자 능지처참을 당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 시신의 토막들은 8도 곳곳에 흩어져 길거리에 내걸렸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려는 1999년 12월 포항의 호미곶 바다 속에서 손 하나가 솟아올랐다. 바다에 버렸던 김옥균의 바른손이 100년 동안 바닷물에 절이고 씻겨 청동의 거대한 손으로 자라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육지에서도 그의 왼순이 지각을 뚫고 솟아나 서로 마주 보고 섰다. 사람들은 이들에게 "상생의 손"이란 이름을 달았다.
이 "상생의 손"이 매일 8도의 수많은 사람들을 호미곳으로 불러들인다. 특히 정월 초하룻날은 이 청동의 손 위로 솟아오른 눈부신 일출을 보며 새해를 기원하기 위해 기만의 군중들이 야단법석을 이룬다. 능지처참도 한 선지자의 뜨거운 정신을 누를 수는 없는 모양이다.
5 결어
당부인듯 하는 결어의 시 구구절절하다
*시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임보 *
가능하다면 시의 길에 들어서지 마시라.
한평생 시에 매달려 온 내 꼴을 보라.
그래도 시를 써 보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몇 가지 부탁이 있다.
시는 노래다.
흥겹고 재미있게 읊도록 하라.
시는 아름다움이다.
그대가 써놓은 글에 아름다움이 없다면
미련없이 버려라.
시도 새로워야 한다.
그대만의 생각이나 표현을 담고 있는가?
모방과 답습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세상에 대한 비판을 시에 담고 싶다고?
그대의 안목이 옳다는 확신이 서면
그릇된 세상을 향해 철퇴를 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풍자와 역설의 옷으로 부드럽게 포장하라.
시는 세상에 대한 사랑이다.
그대가 쓴 글이 세상을 어지럽힌다면
그대는 불량배지 시인은 아니다.
그대의 글이 세상을 살지고 부드럽게 해야 한다.
시는 맑은 정신을 품은 경전이며
시인은 세상이라는 사원의 성직자다 .
*마음에 꼿힌다 마지막 연
시는 맑은 정신의 경전이며
시인은 세상의 성직자다
시는 경전, 시인은 성직자
6 특강 후감
*시는 맑은 정신의 경전이며 시인은 세상의 성직자다*
라는 시구가 마음에 깊게 남는다.
우리 반/ 문목 시에 인재가 많더이다
늘씬 꺌끔, 명 MC와
문목 총동문회장에
만 83세 현역 노시인님, 의자에 앉아서도 2시간 동안 꼬장꼬장,
나도 저 때 저럴 수 있겠는가? 시는 때때로 불로초인가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