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기다려지는 월요병/유재철
불러주는 직장없어도 후줄근한 파자마 벗어버리고 북방석같은 몰골 가다듬고 몸도 마음도 가지런히 하고 총총걸음으로 9시에 집을 나서 버스정거장에 9시15분에 도착하는 뱃머리 평생학습관행 900번 버스를 잡아타고 매주 월요일 배움터에 출근하여 10시부터12시까지 '시의 숲을 거닐다'란 강의를 듣는다. 선생님이 발췌해온 애송 현대시 열댓편 A4용지 3장 앞 뒤 분량을 갖이고 관련 시인의 설명이나 게재된 시집의 내력을 설명하고 앉은 순서대로 한 편씩 읽거나 아니면 선생님과 한 행씩 주거니 받거니 읽기도 하는데 그 중 대미는 강의 시어 중 선생님이 갑자기 선택하여 번개 시제로 삼아 한 5-10분내 즉석 시 창작과 발표 시간이다. 강의 시들이 살포시 내려앉은 유인물이 내겐 금주의 성경책 페이지나 마찬가지이다. '멀리서 빈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마라/ 나태주 시 일부' 나 '떠나고 싶으면 가을이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속에 있다-가을의 노래/ 김대규' 와 같은 쉽고도 가슴에 찰지게 붙는 성경구절이 어디 있겠는죠? 마음이 정화된다. 기도하는 마음이다. 선하게 살라고 마음이 그런다. 월요일마다 미사드리는
시의 교회인 셈이다. 강의가 끝나면, 형산강 물줄기를 따라 운동삼아 걸어오는데 울룩불룩한
흙길의 발자국 소리며, 햇살과 반짝반짝 속삭이는 윤슬이며, 내 머리결 같은 허연 갈대와 바람과 하느적 연애하는 모습이며, 파란 가을 하늘의 먹음직스런 솜사탕 뭉게구름이며, 마음이 하란대로 폰 카메라에 쓸어 담는다. 열렬히 한 시간 가량 형산강과 손잡고 오다보면 몸은 다시 되돌리기 하여 늦여름이다. 뱀이 허물벗듯 옷을 한꺼풀 벗고 포항운하관 4층 야외전망대 원탁벤치에 등대고
최대한 편한 자세로 앉는다. 폰으로 이신문 저신문 펄럭이며 세상 돌아가는것도 보고 간식도 먹고 커피로 마음도 적시고 폰 통해 오늘의 열린 일기를 블로그에 올리며 내 역사를 쓴다.
구성은 제목으로 숫자로 몇 월 몇 일 시 숲 그리고 아까 오며 찍은 사진으로 보는 오늘을 장식하고 오늘의 단상 그리고 공부한 시와 강의 내용 요약을 올린다. 재미있고도 시간이 왜 그렇게도 잘 가는죠?
집에 와선 하루에 한 시간 가량 아코디언 연습한다.
그 누가, 詩畵一律, 시와 그림은 매한가지 그리기라 했던 것 같은데 내 경우엔 그림엔 젠병이니 대신
詩音一律일것 같다.
토끼같은 새끼들 키우며, 외벌이 주전선수할 땐
일요일 오후 키 긴 그림자도 월요병의 전조라 싫었는데, 요즈음은 월요병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