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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와 보낸 한철 ― 코로나19를 견뎌내며 / 이상국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1. 11. 2. 22:45

마스크와 보낸 한철 ― 코로나19를 견뎌내며
이상국



살다 살다 그깟 마스크를 사려고

야국 앞에 줄을 설 줄이야

그래도 고맙다 신통한 부적처럼

우환을 막아 줘서 고맙고

속이 다 내비치는 안면을 가려 줘서 고맙고

세수를 안 해도 사람들이 모르니까 더 고맙다



병자호란 임진왜란

육이오 동란까지 겪고 또 겪고

살다 살다 마스크 대란이 올 줄이야

저들은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벌레군단

국경도 인종도 가리지 않는 인류 침공에

어벤저스 슈퍼 히어로들도 속수무책인데

귓바퀴가 없으면 걸 데도 없는 저

손바닥만 한 천 조각들이 지구를 구할 줄이야



모든 화는 입으로 들어온다기에

쓸데없는 말 안하고

나를 아끼고 남을 존중하며

마스크와 한철 보내고 나니까

아무래도 내가 좀 커진 것 같다

나라도 이전의 나라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