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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ㆍ이월과 삼월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1. 3. 1. 22:44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이월과 삼월**

봄을 빨리 맞으라고 2월은 숫자 몇 개를 슬쩍 뺐다.

봄꽃이 더 많이 피라고 3월은 숫자를 꽉 채웠다.

―신복순(19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