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설단비(立雪斷臂) /김선우**
2조(二祖) 혜가는 눈 속에서 자기 팔뚝을 잘라 바치며
달마에게 도(道) 공부 하기를 청했다는데
나는 무슨 그리 독한 비원도 이미 없고
단지 조금 고적한 아침의 그림자를 원할 뿐
아름다운 것의 슬픔을 아는 사람을 만나
밤 깊도록 겨울 숲 작은 움막에서
생나뭇가지 찢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저 묵묵히 서로의 술잔을 채우거나 비우며
다음날 아침이면 자기 팔뚝을 잘라 들고 선
정한 눈빛의 나무 하나 찾아서
그가 흘린 피로 따듯하게 녹아 있는
동그라한 아침의 그림자 속으로 지빠귀 한 마리
종종 걸어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고 싶을 뿐
작은 새의 부리가 붉게 물들어
아름다운 손가락 하나 물고 날아가는 것을
고적하게 바라보고 싶을 뿐
그리하여 어쩌면 나도 꼭 저 나무처럼
파묻힐 듯 어느 흰눈 오시는 날
마다 않고 흰눈을 맞이하여 그득그득 견디어주다가
드디어는 팔뚝 하나를 잘라들고
다만 고요히 서 있어 보고 싶은 것이다
작은 새의 부리에 손마디 하나쯤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창비, 2003)
**대결 ― 이상국(1946∼ )**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 나간 소나무들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빛나는 자해 혹은 아름다운 마감 나도 때로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
**착한 것보다 나쁜 것이 확실히 힘이 세다. 착한 것은 천천히 지속되며 은은하지만 나쁜 것은 순간에 강하며 강렬하다. 사람뿐만 아니라 마음이나 의도,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랜 시간 착한 사람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착한 방향으로는 잘 흘러가지 않았다.
나쁜 것들의 결정타가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꾸 착함의 존재를 잊게 된다. 잊으면 잃게 되는 법. 그래서 우리는 잊지 않고 잃지 않기 위해 시를 읽는다. 우리와 다름없는
2조(二祖) 혜가는 눈 속에서 자기 팔뚝을 잘라 바치며
달마에게 도(道) 공부 하기를 청했다는데
나는 무슨 그리 독한 비원도 이미 없고
단지 조금 고적한 아침의 그림자를 원할 뿐
아름다운 것의 슬픔을 아는 사람을 만나
밤 깊도록 겨울 숲 작은 움막에서
생나뭇가지 찢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저 묵묵히 서로의 술잔을 채우거나 비우며
다음날 아침이면 자기 팔뚝을 잘라 들고 선
정한 눈빛의 나무 하나 찾아서
그가 흘린 피로 따듯하게 녹아 있는
동그라한 아침의 그림자 속으로 지빠귀 한 마리
종종 걸어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고 싶을 뿐
작은 새의 부리가 붉게 물들어
아름다운 손가락 하나 물고 날아가는 것을
고적하게 바라보고 싶을 뿐
그리하여 어쩌면 나도 꼭 저 나무처럼
파묻힐 듯 어느 흰눈 오시는 날
마다 않고 흰눈을 맞이하여 그득그득 견디어주다가
드디어는 팔뚝 하나를 잘라들고
다만 고요히 서 있어 보고 싶은 것이다
작은 새의 부리에 손마디 하나쯤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 시집 『도화 아래 잠들다』(창비, 2003)
**대결 ― 이상국(1946∼ )**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 나간 소나무들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눈의 무게를 받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나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빛나는 자해 혹은 아름다운 마감 나도 때로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
**착한 것보다 나쁜 것이 확실히 힘이 세다. 착한 것은 천천히 지속되며 은은하지만 나쁜 것은 순간에 강하며 강렬하다. 사람뿐만 아니라 마음이나 의도,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오랜 시간 착한 사람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착한 방향으로는 잘 흘러가지 않았다.
나쁜 것들의 결정타가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꾸 착함의 존재를 잊게 된다. 잊으면 잃게 되는 법. 그래서 우리는 잊지 않고 잃지 않기 위해 시를 읽는다. 우리와 다름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