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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전 오늘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0. 7. 21. 23:36

16 년전 오늘

그날 저녁 7시 막 되어올 때
노을도 집으로 하나 둘 돌아 가는데
병원 구루마 흰천 두루뭉치 싣고
황망히 엠브란스 타고
차 한대 겨우 지나가는 일방통로
차량과 인적없는 후미진 길을 달려
으스스 시원한 냉동고에 도착한다
살아있는 가까운 생들은 느껴지지도
이해도 않되는데 상황은 산 목숨들을 질질 끌고간다
급히 검은색 옷들이 필요하다
꽃 단이 꾸며지고 액자 하나 떡하니 자리한다
딸 아이 졸업 앨범 찍을 때 성화에 한 장 독사진
이 날을 미리 말없이 예상했나?
아는 얼굴들이 검은 걸음으로 한 둘 모인다
믿겨지지 않는다
그냥 화가 난다
오늘까지 무엇을 해왔던가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가
왜 나에게?
나 어떻게 사나?
방 밖 잘 않띄는 구석에 쭈그리고 서성이는 못난 넘
내일을 위해 눈 좀 붙이라는 성화에
눕기는 누웠는데 생각은 또렷하다
냉동실 모타 소리가 큰건지 청력이 예민한 건지
춥다
마음이 시리다
몸도 시리다
마음이 서럽다
마음의 집이 무너지고 하늘이 찢어지고 땅도 꺼져버린
깔개 박스 쪼가리도 덮을 신문지 조각도 없는
허허벌판의 완전노숙인 첫날이었다
날은 저무는데 갈 둥지는 없고
비는 추적추적 하염없이 마음을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