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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윤동주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0. 3. 22. 14:15

 

 

 

 

병원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

 

도 없다.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

 

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

 

강이ㅡ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