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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9-청포도 시숲ㅡ시적 묘사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0. 1. 30. 02:00

200129-청포도 시숲ㅡ시적 묘사

 

(시창작론 ㅡ시적묘사)

시의 묘사와 그림의 데상 동일

묘사란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언술형식, 서사는 사건의 시간적 과정을 제시하는 형식

설명적 묘사: 그대로 의미없는 사실을 나열

암시적 묘사: 하고자 하는 말을 이미지로 보여주고, 독자가 시의 행간에서 보물찾기 하듯 말을 찾아내게 표현

객관적 묘사: 사실적인 정황들만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표현

주관적 묘사: 관찰자의 시각과 느낌에 따라 기술

- 주관적 묘사와 객관적 묘사의 적절한 어울림이 좋다

부족한 거리조정: 감정 과잉 과다 노출

초과한 거리조정: 감정의 과다 주관화로 난해 관념화

 

*살구꽃/이상국*

 

살구꽃이 피었습니다

 

서문리 이장네 마당

 

짚가리에 기대어 피었습니다

 

지난겨울 발 시려운 새들 찿아와

 

앉았다 간 자리마다

 

붉은 꽃이 피었습니다 ​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 2005

 

 

*구더기/고영민*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혼신의 힘으로 부엌 쪽 창문을 향해

 

기어갔다

 

 

사람들은 얼마 전부터

 

그녀의 집 창문을 통해 자꾸만

 

1층 주차장에 구더기가

 

떨어진다고 했다

 

ㅡ현대 고독사 시대를 풍자

 

 

*한 어둠은 / 강은교*

 

 한 어둠은 엎드려 있고

 

한 어둠은 그 옆에 엉거주춤 서 있다

 

언제 두 어둠이 한데 마주 보며 앉을까

 

또는 한데 허리를 얹을까

 

 - 강은교 육필시집 -

 

ㅡ시인의 섬세한 개성이 특징

 

*발자국 하나가/강은교 *

 

발자국 하나가 모래흙 위에 앉아 꺼이꺼이 울고 있었어

 

신호등 들이 알사탕 같은 눈을 별의 등에 얹고 있는 건널목

 

그렇게 비가 쏟아졌는데도

그렇게 바람이 몰아쳤는데도

아직 지워지지 않는 발자국 하나가

 

*해바라기/황인숙*

 

기우는 햇볕에

그녀의 말라 비틀린 어깨가

드러나고 있을때

 

바람이 어깨 위에서 그녀의

마지막 핏기를

벗겨 떠날때

 

그녀는 가진 것 없이 서서

머리 숙이고

제 그림자도 떠나 보냈다

 

 

 

*초록* 뒷걸음/미션

 

연두의 봄이 자라

초록이 될때 미웠다

 

깜짝 놀랐다

딸래미 대학교1학년 연두때 학교간다며

초록머리가 휙 거실을 나갔다

초록머리 인디언 내가 가르쳤나

며칠 초록 꼬락서니 안본적 있다

한동안 좋아했던 초록 티셔츠도 안입었다

 

어느날 여름 숲을 거닐때

낫질이 지나간 길

낫의 날에 뭍은 초록의 젖은 발자국

흙냄새 배인 상큼한 초록의 어릴적 향기

서 너 잔에 취한적 있다

그때부터

좋아하는 초록셔츠 다시 입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