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 이규리
하얀 드레스 자락이 먼지를 끌고 간다
구두 안에 옹크린 발등이 통통 부었겠다
신부, 먼 나라서 온 신부
먼지보다 더 작게 웃을락 말락
소름 돋은 팔이 가늘고 착잡하다
하얗게 펼쳐놓은 길, 꿈길
슬쩍 당기면 헝클어질 광목 깔개가
문득 실크로드 같다
천년 전 사막을 횡단하던 대상들, 오늘 정장으로 모여 삼삼오오 술렁이는데
저 행진 끝이 나면
인연은 무엇을 흥정할 것인가
일생이 서로 건네고 받아야 할 교역이라는 듯
지금, 꽉 끼는 구두 참으며 간다
불빛 아래 보송보송한 먼지, 축가 날리는 속으로
인조 속눈썹 깜빡이며 어린 낙타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