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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규리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0. 1. 4. 11:06

결혼식 /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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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드레스 자락이 먼지를 끌고 간다

 

  구두 안에 옹크린 발등이 통통 부었겠다

  신부, 먼 나라서 온 신부

  먼지보다 더 작게 웃을락 말락

  소름 돋은 팔이 가늘고 착잡하다

  하얗게 펼쳐놓은 길, 꿈길

  슬쩍 당기면 헝클어질 광목 깔개가​ 

​  문득 실크로드 같다

  천년 전 사막을 횡단하던 대상들, 오늘 정장으로 모여 삼삼오오 술렁이는데

  저 행진 끝이 나면

  인연은 무엇을 흥정할 것인가

  일생이 서로 건네고 받아야 할 교역이라는 듯

  지금, 꽉 끼는 구두 참으며 간다

  불빛 아래 보송보송한 먼지, 축가 날리는 속으로

  인조 속눈썹 깜빡이며 어린 낙타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