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190521-시의 여백/한국인이 좋아하는 명시 100선집 & 습작/봄을 뜸 들이다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9. 5. 22. 21:36

**1번/진달래꽃/김소월**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초혼/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가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초혼이 뭔가? 사람이 죽었을 때 그 혼을 소리쳐 부르는 일이 아닌가?

김소월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처절한 슬픔이 담겨진 사연이다.


         **못잊어/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가는 길/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구,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시의 뮤즈-그리움, 사랑

*시인 각자의 뮤즈 필요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킁킁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마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분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서시/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배연일**

 

아카시아 향내처럼

5월 해거름의 실바람처럼

수은등 사이로 흩날리는 꽃보라처럼

일곱 빛깔 선연한 무지개처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휘파람새의 결 고운 음률처럼

서산마루에 번지는 감빛 노을처럼

은밀히 열리는 꽃송이처럼

바다 위에 내ㅣ는 은빛 달빛처럼

사랑은 그렇게 오더이다

 

**사모/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랑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잊어달라지만

남자에게 있어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 그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밤에 울어 보리라

울다가 지쳐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을 이미 후라해진 나를 위하여

그리고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밤외출/김남조**

 

편지를 쓰게 해다오

 

이날의 할 말을 마치고

늦도록 거르지 않는

독백의 연습도 마친 다음

날마다 한 구절씩

깊은 밤에 편지를 쓰게 해다오

 

밤기도에

이슬 내리는 적멸을

촛불빛에 풀리는

나직이 습한 악곡들을

겨울 침상에 적시이게 해다도

새벽을 낳으면서 죽어가는 밤들을가슴 저려

사랑하게 해다오

 

세월이 깊을수록

삶의 달갑고 절심함도 더해

젊어선 가슴으로 소리내고

이 시절 골수에서 말하게 되는 걸

고쳐 못 쓸 유언처럼

 

기록하게 해다오

날마다 사랑함은

날마다 죽는 일임을

이 또한 적어 두게 해다오

 

**그리움/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 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도 더욱 더 그리워

진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냐

 

**자화상/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로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목마와 숙녀/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수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국화옆에서/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그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돠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어지 않았나 보다

 

**미션/시들다 관련 습작시**

*우수 습작시-아버지의 저녁/도경원*

 

참,

사람 목슴이 질긴 것이다

징하기도 하지

팔월 염천에

바람 맞아 누우신 시어머니

기저귀 차고 토에 줄달아

미움 끼니 하면서도

십 년을 시들었어

 

말 한 마디 못하고

손가락 하나 못 세워도

사람이

이 세상 뜬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여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하잖어

입으로는 간다간다 해도

맴이 여기 있는 거여

 

세상에 나올 때에

삼신할미 걸어주던

청실홍실 명주실이 닳고 닳아

제풀에 툭하고 끊어져야

비로소

제 갈 길로 가는 게지

 

십년을 시들다

세상 뜬 지 십년인데

참,

사람 인연이 질긴 것이다

해마다 팔월이면

가신 이가 생각나는 거 보니

 

<*습작시- 봄을 뜸 들이다/그대 그리고 나>

 

바람

 

해볓

 

 

그리고 벌과 나비

 

고요한 뜸 들이기로

 

고슬고슬 맛있게 봄이 익으리

 

꽃도 피어나리

 

또한 뻔히 시들것이리

 

*제목/봄을 뜸 들이다-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