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어린이날**
이세상 시어 중 제일 좋아하는 시어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1)
그럼
"아버지는 어른의 어린이?"
나도 그 길에 한 발 얹어보니 알겠더라
나이 들어 아이라고
잘 삐치고 싶고
괜시리 고까와 하고 싶고
잘 섭섭하고
자존심만 꼬장꼬장하고
어버이 날
가슴에 핀 카네이션이 여기저기 나들이
저무는 동심이 활보한다
공돈이 생기니 갑자기 부자된 기분이다
액수엔 쾌념치말자
그저 고맙자
귀여운 손주 선물 받은것 만 해도 액수로 따질 수 없는걸
도움 없이도 지들이 알아서 잘 살아 나가는 것 만 해도
고맙고 대견하자
나 소싯적
5월이면 지갑이 무척이나 가벼웠지
어린이날, 양가 어버이날, 애들 스승의 날,,,,
아마도 밀렸던 숙제 당일치기 당연한 부담이었스리
나보단 밀린 숙제 그래도 없는 편인 녀석들
부초같은 인생 나그네길
서로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묻어둔채
저마다의 삶을 사는
외로운 존재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의 아이가 아니고 *2)
우리를 거쳐서 왔을 뿐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인걸
우리가 겪었던 삶처럼
아이들의 지금의 삶도 팍팍함을
그저 하늘이 맺어준 필연에 감사할 뿐
늘 푸른 찔레꽃 향기의 마음이면
더 무엇 필요하리
*1)영국 워스워드의 시 "무지개" 에 나오는 시어
*2)칼린 지부란의 *예언자*에 나온 말
<자목련/도종환>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아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도종환 시집 "슬픔의 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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