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방/시모음

떠난 어느 아내의 입김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7. 10. 13. 16:42

**강우/김춘수**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고



 바람/김춘수
자목련이 흔들린다
바람이 왔나 보다
바람이 왔기에
자목련이 흔들리는가 보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렇지가 않았다
자목련까지는 길이 너무 멀어
이제 막 왔나 보다
저렇게 자묵련을 흔드는 저것이
바람이구나
왠지 자목련은
조금 울상이 된다
비죽비죽 입술을 비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