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지/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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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7. 9. 25. 17:59

                                                                                

단거는 DANGER하다

                                                                                                                                                  곽흥렬

 

   또다시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 터졌다는 소식이 전파를 탔다. 높은 이자를 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한푼 두푼 모아 둔 알토란 같은 돈을 갖다 맡겼던 투자자들의 절규가 TV 화면을 달구고 있다. 가슴을 치며 울분을 토해내는 그들의 모습이 연민의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고수익을 미끼로 던진 사기꾼의 낚싯줄에 눈먼 물욕이 여지없이 걸려든 결과이다. 덥석 미끼를 무는 순간 불행으로의 귀결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를 원망하랴, 늘 그놈의 허황된 탐심이 원수인 것을. 물론 사건의 일차적인 문제야 당연히 사기꾼에게 있을 터이지만, 기실 따지고 들면 마수에 걸려든 그들의 잘못도 전혀 물을 수 없는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별의별 사기 사건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을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기꾼들은 그러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먹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위인이다.

   항용 사탕발림에 쉽사리 속아 넘어가는 헛똑똑이가 사람이라는 존재인가 싶다. 눈 뜨고도 코 베어 간다는 속담이 생겨난 것을 보면, 번히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유혹에 말려들게 되어 있는 모양이다. 처음부터 사기를 당할 것이라며 못 미더워 경계심을 두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가. 마치 마취제에 취한 듯 몽롱한 상태에서, 의식은 하지만 마음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기차 떠나가고 난 뒤이다. 내가 왜 그랬던가 하고 쓰린 후회의 감정을 쏟아내지만 엎질러진 물인 것을 어쩌랴.

   달콤한 말은 독성이 너무 강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기에 옛 경전에서도,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고하는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는 이롭다고 가르치고 있는가 보다.

   시쳇말로 단거는 DANGER(위험)하다라는 언어유희가 있다. 물론 호사가들이 꾸며낸 우스갯소리일 터이다. 하지만 비록 우스개일망정 그 속에는 우리가 절대 간과해서는 아니 될 금과옥조의 생활철학이 담겨 있다. 단것의 입말인 단거와 영어 단어 DANGER의 우리말식 발음인 단거가 공교롭게도 일치를 보인다. 이를테면 단거DANGER’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셈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두 낱말의 발음을 억지로 갖다 붙여 되지도 않을 논리를 펴고 있다며 못마땅하게 여기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DANGER의 정식 영어 발음이야 당연히 데인저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정말혹은 진정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영어 형용사 Real을 두고서 리얼로 읽지 않고 입버릇처럼 레알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DANGER단거로 발음하여 우리말 단것의 입말인 단거와 등식 관계를 만든다고 해서 무작정 억지라고만 여길 일도 아니지 않은가. 이러한 논리로 따졌을 때, 두 낱말이 지닌 발음상의 동일성을 갖고서 의미상의 인과성으로 연결시킨 발상이 참 놀랍고 기발하다 싶다.

   어쨌든 단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하나의 절대 진리인지도 모르겠다. 달달한 설탕이 우리의 육신을 망가뜨리듯 달콤한 말은 우리의 영혼을 병들게 만든다. 사탕발림의 유혹에 넘어가 집안이 풍비박산 되는 일이 세상사에서 얼마나 다반사로 일어나는가. 우리네 삶에서의 대다수 불행의 씨앗은 어쩌면 이 때문에 연유한다고 하여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게다. 사랑의 밀어에 속아서 몸을 망치고 인생이 뒤틀려 버리는 일도 결국 단것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여 생겨나는 비극 아닐까.

   개미가 꿀을 먹으러 꿀단지 안으로 들어갔다가 도리어 거기에 빠져 죽는 상황을 이따금 목격하게 된다. 달콤한 것에는 이처럼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는 미련하게도 꿀의 달콤함만 알았지 그 안의 허방다리를 헤아리지 못한다. 우리 사는 사회인들 개미의 행태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함정의 늪이다. 그 늪은 늘 위장막으로 가리어져 있어 겉으론 아름답고 평온하게만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살아가면서 언제 어느 때 그 허방다리를 만나 곤경에 처하게 될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기에 항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분에 넘치는 욕심 자체를 버릴 일이다. 단거는 단거(DANGER)한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