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지/나의 이야기

150519-서정주 시집/푸르른 날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15. 4. 28. 11:35

-시를 쓰는 법, 전개법, 단어 조탁.앉히기,언어 다듬기, 언어의 깊이, 리듬의 탁월, 얼얼한 반찬맛과 같은 언어 선택

**쉽게 깊게 창작

 

**대낮**

 

따서 먹으면 자는 듯이 죽는다는

붉은 꽃밭사이 길이 있어

 

핫슈*먹은 듯 취해 나자빠진

능구렁이 같은 등어릿길로, 님은 달아나며 나를 부르고...

 

강한 향기로 흐르는 코피

두 손에 받으며 나는쫒느니

 

밤처럼 고요한 끓는 대낮에

우리 둘이는 온몸이 달아...

 

*핫슈; 아편의 종류

 

-제목 좋음. 후각적 묘사도 훌륭

-열애의 행동을 묘사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님은 주무시고**

 

님은 주무시고,

나는 그의 베갯모에

하이옇게 수놓여 날으는

한 마리의 학이다.

 

그의 꿈속의 붉은 보석들은

그의 꿈속의 바닷속으로

하나하나 떨어져내리어 가라앉고

 

한 보석이 거기 가라앉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 한 이별을 갖는다.

 

님이 자며 벗어놓은 순금의 반지

그 가느다란 반지는

이미 내 하늘을 둘러 끼우고

 

그의 꿈을 고이는

그의 베갯모의 금실의 테두리 안으로

돌아오기 위해

나는 또 한 이별을 갖는다.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내가 아직 못다 부른

노래가 살고 있어요.

 

그 노래를 못다 하고

떠나올 적에

미닫이 밖 해 어스름 세레나드 위

새로 떠 올라오는 달이 있어요.

 

그 달하고

같이 와서

바이올린을 켜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 안 나는

G선의 멜러디가 들어 있어요.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前生의 제일로 고요한 날의

사둔댁 눈웃음도 들어 있지만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이승의 비바람 휘모는 날에

꾸다 꾸다 못다 꾼

내 꿈이 서리어 살고 있어요

 

**映山紅**

 

영산홍 꽃잎에는

山이 어리고

 

山자락에 낮잠 든

슬픈 소실댁

 

소실댁 툇마루에

놓인 놋요강

 

山너머 바다는

보름 살이 때

 

소금 발이 쓰려서

우는 갈매기

 

**부활**

 

내 너를 찾아왔다...순아.너 참 내 앞에 많이 있구나 내가 혼자서 종로를 걸어가면 사방에서 네가 웃고 오는구나.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더냐, 순아, 이것이 몇만 시간 만이냐. 그날 꽃상여 산 넘어서 간 다음 내 눈동자 속에는 빈 하늘만 남더니. 매만져볼 머리카락 하나 머리카락 하나 없더니, 비만 자꾸 오고...촛불 밖에 부엉이 우는 돌문을 열고 가면 강물은 또 몇천린지, 한번 가선 소식 없던 그 어려운 주소에서 너 무슨 무지개로 내려왔느냐. 종로 네거리에 뿌우여니 흩어져서, 뭐라고 조잘대며 햇볕에 오는 애들, 그 중에도 열아홉 살쯤 스무 살쯤 되는 애들, 그들의 눈망울 속에, 핏대에, 가슴속에 들어앉아 순아! 순아! 순아! 너 인제 모두 다 내 앞에 오는구나.

 

-시인보다 두살어린 여동생을 여의고 그리워하며 쓴 시로 시인 본인이 스스로 심혈을 기울였단 작품

-리듬 탁월, 주관적 단어 자제

 

**추천사-춘향의 말 1**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밀듯이,

향단아

 

이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베갯모에 뉘이듯한 풀꽃더미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밀듯이, 향단아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올려다오.

채색한 그름같이 나를 밀어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올려다오!

 

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올려다오

향단아.

 

**冬天**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문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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