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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강영은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2. 3. 31. 08:45
키스할 때 코는 어디다 두죠?
당신의 입술이 코의 행방을 물어 왔을 때
봄이 왔다
꽃 보라 날리듯 비말(飛沫)뿜는 봄의 숨결은
뜨겁기만 한데
마스크 속에 숨은 코는
찬피동물처럼 살려고, 살아내려고
몸부림친다
괜찮아요, 당신?
당신의 안부를 발로 찬다
사랑의 얼굴을 내면에 숨긴 발길질은
보노보식 인사
당신의 코는 너무나 멀리 있다
내가 모르는 대륙에 있는 것 같다
몇 개의 대륙을 건너야 입술에 닿나
절정에 목숨 건 꽃나무처럼
사랑은 죽음을 만발하게 피워내는데
꽃향기 날리는 봄날의 키스는
오리무중
코의 행방을 찾기까지
당신도 나도 마스크를 벗지 못 한다 .
*마그리뜨 의 그림 제목. 원제 '이미지의 변용'
웹진 『시인광장』 2020년 5월호 발표
강영은 시인
1956년 제주에서 출생.
2000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녹색비단구렁이』 등이 있음.
시예술상, 한국시문학상, 한국문협 작가상 수상, 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세종 우수도서 선정, 서울과학기술대 평생교육원 시창작 강사와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