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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30 포은 어독/목련 관련 시모음과 에세이 부분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2. 3. 31. 00:16
1 목련화/ 조영식 시, 김동진/ 곡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아름다운 사람)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고
*그대처럼 강인하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아름답게 살아가리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내일을 바라보면서
*하늘 보고 웃음짓고
*함께 피고 함께 지니
*인생의 귀감이로다
*그대 맑고 향긋한 향기
*온누리 적시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향기롭게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 있게 살아가리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나 값 있게 살아가리라
2 목련의 첫 발음 /복효근
*밀봉하는 데 석 달은 걸렸겠다
*귀퉁이를 죽- 찢어 개봉할 수는 없는 봉투
*펼치는 데 또 한 달은
*박새가 울다갔다
*겹겹 곱게 접은 편지
*입술자국이나 찍어 보내지
*체온이라도 한 움큼 담아보내든지
어쩌자고
*여린 실핏줄 같은 지문만
숨결처럼 묻어있다
*너를 부르자면 첫 발음에 목이 메어서
*온 생이 떨린다
*그 한 줄 읽는 데만도
*또 백 년의 세월이 필요하겠다
3 목련전차/ 손택수.
.
*목련이 도착했다
*한전 부산지사 전차기지터 앞
*꽃들이 조금 일찍 봄나들이 나왔다
*나도 꽃 따라 나들이나 나갈까
*심하게 앓고 난 뒤의 머릿속처럼
*맑게 갠 하늘 아래,
*전차 구경 와서 아주 뿌리를 내렸다는
어머니 아버지도 그랬겠지
*꽃양산 활짝 펴 든
*며느리 따라 구경 오신 할아버지도 그랬겠지
**나뭇가지에 코일처럼 감기는 햇살,
저 햇살을 따라가면
*나무 어딘가에 숨은 전동기가 보일는지 모른다
전차바퀴 기념물 하나만 달랑 남은 전차기지터
*레일은 사라졌어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레일을 따라
*바퀴를 굴리는 힘을 만날 수 있을는지 모른다
*지난밤 내리치던 천둥번개도 쩌릿쩌릿
*저 코일을 따라가서 動力을 얻진 않았는지,
**한 량 두 량 목련이 떠나간다
**꽃들이 전차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든다
*저 꽃전차를 따라가면, 어머니 아버지
*신혼 첫밤을 보내신 동래온천이 나온다
4 목련 부처 / 장석주
*겨우내 주린 뱀에게 개구리가 제 몸을
통째로 바친다.
*온몸으로 공양의 禮를 치르는
*장엄 현장에
*목련 한 그루 서 있다.
갑각의 묵은 가지마다 희고 뽀얀 *젖들이
눈부시다.
*주린 입들에게 젖을 물린다.
*도처에 生佛이다.
.
5 목련/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 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 쯤이면
(…)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
6 목련꽃 브라자/복효근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송이만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7 백목련 / 송수권
묵은 바람 한 줄기 쓰러져
땅에 눕고
건들개로 부는 바람 따라
일없이 봄뜰에 목련꽃 몇 송이 벌으니
*스무살 안팎의 내 사랑이
*저러했던가
햇빛 속에 나와 가슴 두근거리며
*숨막히던 부끄러움을 타던
*그때 그 사랑의 빛깔이
*저러했던가
겨울 눈비로도 슬리지 못하고
삭은 산천을 떠도는 검은 구름처럼
*헤매는 탐욕 앞에선
*이제 한낱 목련을 보는 일은 부질없어라
*내가 뒤늦게 불알 한쪽을 키우며
*진실로 이 땅에서 배운 사랑은
*물푸레꽃 물푸레꽃 같은
*질퍽한 울음뿐이었느니라
- 송수권,『꿈꾸는 섬』(문학과지성사, 1983)
8 김훈 에세이/꽃 피는 해안선 중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
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 있는 동안의 중량
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