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무늬 숙제
1.' 내 손의 역사'에 대해 글쓰기
(내 손이 잡았던 가장 따뜻했던 손, 뿌리친 손, 놓지 못했던 손, 다쳤던 손 등 손에 얽힌 순간들 돌아보기)
**아지랑이 손**
눈에 어리는 아지랑이 고물고물
봄이 걸어오는 소리
말랑해진 산길
헐렁해진 바람
언젠가 자기가 그린 엽서가 하는 말
"저를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그러시나 쑥스럽게
마음이 쏠려 그리했을 뿐인데
들킨 것 같아 매우 쑥스럽구먼
나를 두꺼운 껍데기에서 깨고 나오게 하는 귀요미
실은, 나의 껍데기는 올빼미 백수 반건달
늘 아점 때리는 오후반
근데 귀요미네서는
아침반 등굣길의 맞잡는 손맛이 자명종
언젠가는 녀석 잠이 부족했던지
아침부터 왕짜증 울고불고
등굣길에도 손도 안 잡고
자기 호주머니에 웅크리고
걸음도 짜증으로 콩 콩 콩
뒤도 안 돌아보고 정문으로 쌩
머리를 안녕하며 쓰다듬었더니 머리까지 턴다
와 실망감이여
괜히 잘해주었나 좀 거리를 두어야겠다
역시나 아들의 여인의 딸
소갈머리 그날 집에 늦게 들어갔더니
눈치 빠른 어미가 그런다
"채윤이가 할아버지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애들만도 못한 할아버지여
잠시 비 온 다음에 사이가 더 굳어진다
그 손을 잡으면
생의 기가 흐른다
활의 기가 철철 넘친다
할아버지의 불로초
할아버지의 상녹수
할아버지의 봄새싹.
아지랑이 고물고물 손, 가슴에 담고 다니리
복숭아 맛 츄파춥스 사탕 아껴 빨아먹듯
기도의 염주일 뇌이듯
아들의 딸, 그 손맛이 쏠쏠하다
2. 몸에서 자주 떠오르는 부분이나 가장 자신 같다고 느끼는 부분에 대해 글쓰기
**서울 가마꾼 **
그 사내
서울 가로수를 누비며
슬픔을 휘날리며 포도청에 풀칠하려고
택시 핸들을 잡은 적 있다.
근무 시간 내 길바닥 돈을 많이 쓸어 담아야 하니
흔드는 손만 보면 무조건 달려야 한다
고운 손들이 흘리는 잔돈, 동전은 금싸라기 되어
따끈 달콤한 자판기 커피가 되기도 하고 고슬고슬한 한 끼의 밥도 된다
대개는 비상식량으로 제일 싼 야채 김밥 은박지 포장 두 줄 그리고 물통 하나가 움직이는 밥상
손님 없는 틈틈이 운전하며 은박지 김밥 바나나처럼 까먹기.
화장실 급하지 않으면 꾹꾹 참기
어둠이 내리는 개와 늑대의 시간, 에프엠의 촉촉함은 개의 눈물인가 늑대의 아침 하품인가. 야성의 경계심이 기상한다.
밤의 무법자들께 우습게 보이지 않겠답시고
빡빡머리에 수염은 자연인인 위장 전투 태세다
언젠가는 양재동 지하터널 근처에서 손님 기다리는 아침, 아는 모습이 눈에 팍 들어온다. 고등학교 동창. 부부가 말쑥하게 차려입고 학교로 출근할 때 스스로 부끄러워 도망도 갔었네 그들은 햇빛 쨍한 아침, 난 서울 밤거리 헤맨 후줄근한 거리의 가마꾼 야경에 가려졌던 토사물, 또 한번은 퇴근 무렵 남대문시장에서 예전 직장 부하직원 반가워 과천까지 갔던 적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비루하던죠.
공차일 땐 방문 필수코스 호텔과 대형병원.
외국 손님 모시는 짧은 꼬부랑말의 민간 외교관
낮엔 환우 방문객과 퇴원 가족들의 가마꾼
밤엔 병원 영안실
대기 때도, 손님 모실 때도
말 수 줄인 나도 영업상 괜한 조문객
접혀가는 나의 하루를 밑도 끝도 없이 조문했었네.
교대 시간 차고지로 돌아오면
앉은뱅이 다리가 쪼그라져 내딛는 첫발에 땅이 불쑥 솟아올라 휘청하고 화장실 참았던 아랫배도 바람 빵빵한 풍선이어라
그땐 서울 시민의 다리
그래도 위대하게도 서울을 업고 달리는
오후 3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하루 쉬고
새벽 3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터는 길거리
쉴 땐 구들장 등짐만 지는
수면내시경 막 풀려가는 비틀비틀
다람쥐 쳇바퀴
지금은, 11호 자가용
군소리 없는 다리
주인 잘못 만나 고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