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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잠 마음 무늬 1강 /심보선 시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2. 3. 10. 15:44










. **첫 시간 각자 소개의 변
(쌤의 간략한 서언 및 말 분위기를 보니 웬지 먹힐것 같아, 너무 기뻐 촐삭대어 수고한 저 건너를 생각치 못해 나중에 불의에 까이기도 했지만 좌우간)
대한국민 만만세!!! 즐겁게도 기쁜 기나긴 밤 지나 마음 무늬반 강의 첫날 새 문우님들 만나 또 기쁩니다. 한데 줌 전체화면에 비친, 겨울 첫 눈 소복히 인 지붕이 혹시나 봄의 샘물을 흐리지않을까도 염려하는 유재철입니다.

1)심보선 시인 프로필

출생
1970년, 서울
나이
53세
소속
21세기 전망
데뷔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풍경' 등단
학력사항
컬럼비아 대학교 사회학 박사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경력사항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조교수
수상내역
2020.
제2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문학상
2011.07.
제4회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 시상
2009.
제16회 김준성 문학상
1994.
조선일보 신춘문예
저서
ㆍAn Usual(언유주얼)(2020년 8월호)(Vol.9)

ㆍ그쪽의 풍경은 환한가
2019.05.24.

ㆍ오늘은 잘 모르겠어(문학과지성 시인선 499)
2017.07.07.

ㆍ시집/슬픔이 없는 십 오초, 눈 앞에 없는 사람


2) 심보선 시인의 말/프로로그

시여, 너는 나에게 단 한 번 물었는데
나는 네게 영원히 답하고 있구나

ㅡ시집/눈 앞에 없는 사람

3)심보선 시집 후문/에필로그

오늘 밤, 세찬 빗줄기를 뚫고 건너온, 물방울 속에 뭉쳐 있는 당신의 전언을 펼쳐 읽습니다. 
 
안타깝게도 법과 규칙의 말들은 죄의 무릎과 무릎 사이에 놓인 순수함을 보지 못하는군요. 
 
세계의 단단한 철판 위에 r1이성의 흔적을 새기는 사람들, r2물의 말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죄악의 틈새에서 잠들고 자라나는 어린 영혼을 보고는, 아이, 불결해, 눈살을 찌푸리기만 하네요. 
 
하지만 물방울로 이루어진 당신의 말은 그 영혼을 투명하게 비춰주는군요. 
 
물방울로 오로지 물방울로 싸우는 당신, 물방울의 정의를 행사하는 당신. 판결과 집행이 아니라 고투와 행복을 증언하는 당신. 
 
당신은 말하죠. 인간은 세상의 모든 단어를 발명했어요. 사랑을 제외하고요. 
 
사랑은 인간이 신에게서 빌려온 유일한 단어에요. 그러니 사랑 때문에, 우리는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것이죠. 
 
사랑은 인간이 신에게서 빌려온 유일한 단어에요. 그러니 사랑 때문에, 우리는 할 수 없는 것을 하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것이죠. 
 
나는 말하죠. 오늘 밤, 당신은 나와 닮아 낯설군요. 
당신은 말하죠. 아니, 당신은 너무 낯설어 나를 닮았어요. 
 
그런가요, 그래요, 그럼, 잘 자요, 당신, 내 사랑. 
                                      
r1이성의 흔적/사유의 단초 1
r2물의 말/사유의 단초 2


4)'나'라는 말/심보선

r1)나는 나라는 말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
내게 주어진 유일한 r2)판돈인 양
나는 인생에 나라는 말을 걸고 r3)숱한 내기를 해왔습니다
r4)하지만 아주 간혹 나는 나라는 말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r5)어느날 밤에 침대에 누워 내가 나라고 말할 때
그 말은 지평선처럼 아득하게 더 멀게는
지평선 너머 떠나온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나라는 말이 공중보다는 r6)밑바닥에 놓여 있을 때가 더 좋습니다
나는 어제 산책을 나갔다가 흙길 위에 누군가 잔가지로 써놓은 '나'라는 말을 발견했습니다
그 누군가는 그 말을 쓸 때 얼마나 고독했을까요
그 역시 떠나온 고향을 떠올리거나 홀로 나아갈 지평선을 바라보며 땅 위에 나라고 썼던 것이겠지요
나는 문득 그말을 보호해주고 싶어서 자갈들을 주워 주위에 빙 둘러 놓았습니다
물론 하루도 채 안돼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서 혹은 어느 무심한 발길에 의해 그 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요
나는 나라는 말이 r7)양각일 때보다는 음각일 때*가 더 좋습니다
사라질 운명을 감수하고 쓰인 그 말을 나는 내가 r8낳아본 적도 없는 아기처럼 아끼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나라는 말을 가장 숭배할 때는
그 말이 당신의 귀를 통과하여 당신의 온몸을 한바퀴 돈 후,
당신의 입을 통해 너라는 말로 내게 되돌려질 때입니다
나는 압니다
당신이 없다면 나는 나를 말할 때마다
무(無)로 향하는 컴컴한 돌계단을 한칸씩 밟아 내려가겠지요
하지만 오늘 당신은 내게 미소를 지으며
'너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지평선이나 고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나는 압니다
나는 오늘 밤 내게 주어진 유일한 선물인 양
r9너는 말이야 너는 말이야를 수없이 되뇌이며
죽음보다는 평화로운 잠속으로 서서히 빠져들 것입니다

(강의)
r1)나는 나라는 말을 썩 좋아하진 않습니다:사유를 풀어내기 위한 첫 말펀치가 부정적인듯하나 좋다
r2.3)은유가 멋지다
r4)기승전결의 전
r5)나를 나의 민낯을 돌아보기, 자기애가 많을수록 용이
r6)자아의 깊은 밑바닥
r7)양각/포장한 나, 마스크 쓴, 짙은 화장을 한 나
음각/민낯의 나
r8낳아 보지도않은 아기처럼/맛있는 직유
r9자애의 평화로 끝맺음

5)번개 쪽지 글제/너는 말이야

"너는 말이야"

너는 너
나는 나

너의 나
나의 너

"나너는, 나너는 말이야, 유일무이한 존재란다"

5)내 멋대로의 시 추가

*어쩌라고 /심보선 *
 
 때로는 사는 의미를 포기해야 위안이 되었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의 한담을 엿들었고
그것들은 대체로 아름답게 끝맺었다. 
 
"우리에겐 가을이 있잖아." 
 
그래, 가을은 언제나 오지.
하지만 어쩌라고. 
 
"1월과 2월 남녘엔 동백꽃이 지천이야." 
 
동백꽃은 지고도 오래 시들지 않지.
그런데 어쩌라고. 
 
나는 말의 태반이 말 같지 않은 설운 나라를 떠올렸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어쩌라고. 
 
나는 도시의 태반이 육지가 아닌 통영을 떠올렸다.
거기엔 만지도라는 섬이 있다. 
 
어부들은 아름답지 않은 농담을 지껄였다.
"만지도, 나를 만지도. 제발."
도대체 어쩌라고. 
 
배 타고 낚시하러 간 통영 앞바다
가두리엔 사람처럼 새끼를 낳는다는
망상어들이 가득했다. 
 
망상어는 망상이 빚은 가짜 물고기인가요?
아니면 망상에 젖은 진짜 물고기인가요? 
 
양식장 주인은 묵묵히 물 건너 밤숲만 바라봤다.
그때 그가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면
가시 많은 물고기가 되어 유유히 사라졌을 것이다 
 
가두리를 결혼식장으로 쓰면 어떨까요?
그기 뭔 소리고? 
 
사장님, 주례 잘 볼 것 같아요.
마느라가 몬 살겠다 도망친 놈이 뭔 주례고. 
 
섬들 사이로 해가 지고 있었다.
나도 차츰 묵묵해졌다. 
 
때로는 사는 의미를 포기해야 살아갈 수 있었다.(끝)
https://youtu.be/ApzmZRB5uO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