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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8 시 숲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1. 11. 8. 18:33







211108 시 숲/김재진 시

1, 오늘 강의 내용

김재진시집 1.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자작시선집 2015년 꿈꾸는 서재刊
2,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2012년 시와刊 발췌시

2. 김재진 시인 프로필

시인 소설가

출생1955년 3월 22일, 대구나이67세 (만 66세)데뷔1976년 영남일보 '외로운 식물의 꿈' 등단
1993년 조선일보 신춘소설

학력사항

계명대학교

대륜고등학교

경력사항

유나방송 대표

불교방송 프로듀서

KBS 프로듀서

저서

산다고 애쓰는 사람에게저서2018.04.15.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저서2015.04.17.

사랑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ㆍ여러업을걸친방랑끼있는시인
ㆍ노래같은 쉬운시 추구
ㆍ명상 치유적 시
ㆍ친구의 딸이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있을 때
시인의 시를 접하고 생의 의미를 다시 찾았단 말에
시의 책무를 느꼈다 함

3, 강의 시
3~1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ㅡ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뿐
완전한 반녀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리 챙겨 넣고
떠나라

3~2 꽃

움직이지 못하는 노모의
머리를 감기기 위해 고심하다
화단의 물뿌리개로 머리를 감겼다
꽃처럼 화사하게 살지 못한
어머니의 한 생이
임종을 앞에 두고 꽃이 되었다

**번개 시제/꽃


절었을땐 눈에

잘 들어오지않던 꽃들

이젠 눈에 다 띄인다

시들어가는 꽃의 사람

마음에

시린 단풍꽃 만발한 가을이다

3~3 우리 살던 옛집에

헌옷 벗어 걸어놓고 아버지는 어디로 가셨나?
마당에 서 있던 목련나무
허리가 굵어졌고
벽 위에 박았던 못 그대로 있는데
어디로 가신 건지 아버지
소식을 알 길 없다
환한 햇살이 창호지에 비치던 방
입고 계시던 모시옷의 깔깔한 감촉만
아물거리며 손 끝에 남아 있는데
껄껄, 웃음 터뜨리던 아버지는
그날 밤 누이가 꾼 꿈을 끝으로 나타나지 않으신다
우리 살던 옛집에 해 지면 분꽃 피고
허물어진 부뚜막 귀뚜라미 소리 들린다
물기 빠진 광목을 팽팽하게 맞잡으며
세월을 두드리는 어머니의 다듬이질 소리
슬픔도 늙는 건가?
슬픔도 우리처럼 나이를 먹는 건가?
내 모습 속에서 문득 나는 아버지를 발견한다

3~4 혼자 가는 여행

가을에는 모든 것 다 용서하자
기다리는 마음 외면한 채
가고는 오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지 말고 그만 잊어버리자
가을의 불붙는 몸에 이끌려
훨훨 벗고 산 속으로 가는 사람을
못 본 척 그대로 떠나보내자
가을과 겨울이 몸을 바꾸는
텅 빈 들판의 바람소리 밟으며
가을에는
빈손으로 길을 나서자
따듯한 사람보다 많은 냉정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미운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두 잊어버리자
한 알의 포도알이 술로 익듯
살아갈수록 맛을 내는 친구를 떠올리며
강처럼 깊어지자
살아가며 우리가 만나야 했던 미소와 눈물
혼자 있던 외로움 하나하나 배낭에 챙겨넣고
가을에는
함께 가는 이 없어도 좋은
여행을 떠나자

3~5 가을입니다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메밀꽃 자욱한 봉평쯤에서
길 묻는 한 사람 나그네이고 싶습니다
딸랑거리며 지나가는 달구지 따라
눈 속에 밟힐 듯한 길을 느끼며
걷다간 쉬고 걷다간 쉬고 하는
햇빛이고 싶습니다
가끔은 멍석에 누워
고추처럼 빨갛게 일광욕하거나
해금강 바라뵈는 몽돌밭 지나는
소금기 섞인 바람이고 싶습니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구두 아래 바지작거리는 이맘때
허수아비처럼 팔을 벌린 내 마음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3~6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아득한 대지 위로 풀들이 돋고
산 아래 먼길이 꿈길인 듯 떠오를 때
텅 비어 홀가분한 주머니에 손 찌른 채
얼마나 더 걸어야 산 하나를 넘을까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 젖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얼마나 더 가야 네 따듯한 가슴에 가 안길까
마음이 마음을 만져 웃음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져 화사하게 하는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가 있을까

3~7 삶이 나를 불렀다

한때는 열심히 사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다
남보다 목소리 높이진 않았지만 결코
턱없이 손해 보며 살려 하진 않던
그런 것이 삶인 줄 알았다
북한산이 막 신록으로 갈아입던 어느 날
지금까지의 삶이 문득
목소리 바꿔 나를 불렀다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어디를 그렇게 바삐 가고 있는 건가?
반짝이는 풀잎과 구르는 개울
하찮게 여겨왔던 한 마리 무당벌레가 알고 있는
미세한 자연의 이치도 알지 못하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듯 착각하며
그렇게 부대끼는 것이 삶인 줄만 알았다
북한산의 신록이 단풍으로 바뀌기까지
노적봉의 그 벗겨진 이마가 마침내
적설에 덮이기까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는 그렇게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살아왔다

3~8 벼랑에 대하여

한 줄의 편지 쓰고 싶은 날 있듯
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있다
견딜 수 없던 마음 갑자기 풀어지고
이해할 수 없던 사람이 문득
이해되어질 때 있다
저마다의 상황과 저마다의 변명 속을
견디어가야 하는 사람들
땡볕을 걸어가는 맨발의 구도자처럼
돌이켜보면 삶 또한
구도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세파에 부대껴
마음 젖지 않은 날 드물고
더 이상 물러설 데 없는 벼랑에 서보면
용서할 수 없던 사람들이 문득
용서하고 싶어질 때 있다

3~9 마음의 절

마음이 먼저 가 절을 만난다
더러는 만남보다 먼저 이별이 오고
더러는 삶보다 먼저 죽음이 온다
설령 우리가 다음 생에서 만난다 한들
만나서 숲이 되거나
물이 되어 흘러간들 무엇하랴
절은 꽃 아래 그늘을 길러 어둠을 맞고
문 열린 대웅전은 빈 배 같아라
왔어도 머물지 못해 지나가는 바람은
이맘때 내가 버린 슬픔 같은데
더러는 기쁨보다 슬픔이 먼저 오고
더러는 용서보다 상실이 먼저 오니
무엇 하나 버리지 못한 생은 눈물 같아라

3~10 마음길

마으에도 길이 있어
아득하게 멀거나 좁을 대로 좁아져
숨 가쁜 모양이다
그 길 끊어진 자리에 절벽 있어
가다가 뛰어내리고 싶을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문이 있어
열리거나 닫히거나 더러는 비틀릴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항아리 있어
그 안에 누군가를 담아두고
오래오래 익혀 먹고 싶은 모양이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
달그락달그락 설거지하고 있는 저녁
일어서지 못한 몸이 따라 문밖을 나서는데
마음에도 길이 있어
갈 수 없는 곳과 가고는 오지 않는 곳으로
나뉘는 모양이다

*시 맛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선, 여러번 큰 소리로 읽기

3~11 슬픔의 나이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 해서
우주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내가 네게로부터 멀어진다 해서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밤은 세상에 있는 모든 별을 산 위로 데려오고
너는 네 안에 있던 기쁨 몇 개 내게로 데려왔지만
기쁨이 있다 해서 슬픔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기쁨을 더한 만큼 세상은 아주 조금 풍요로워졌을 뿐
달라진 건 없다
꽃은 그 자리에서 향기를 내뿜고 있고
둥근 나이테 새기며 나무는 조금 더
허공을 향해 두 팔을 뻗을 뿐이니
누구도 내가 초대한 이별을 귀 기울여 듣는 이 없고
사라져간 별똥별이 길게 드리운 꼬리 위로
휘황한 아픔을 새겨 넣는 이도 없다
그렇게 우리는 흔적없이 지워질 것이다
네가 내 영혼에 새겨 넣고 내가 네 영혼에 조그맣게
파놓은 우물이다
그리움 같은 것들도 자국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기타 시 정리**

*사랑하는 사람에게 / 김재진  

당신 만나러 가느라 서둘렀던 적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약속 장소에 나가
도착하지 않은 당신을 기다린 적 있습니다.
멀리서 온 편지 뜯듯 손가락 떨리고
걸어오는 사람들이 다 당신처럼 보여
여기에요, 여기에요, 손짓한 적 있습니다.
차츰 어둠이 어깨 위로 쌓였지만
오리라 믿었던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입니다.
어차피 삶 또한 그런 것입니다.
믿었던 사람이 오지 않듯
인생은 지킬 수 없는 약속 같을 뿐
사랑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실망 위로 또 다른 실망이 겹쳐지며 체념을 배웁니다.
잦은 실망과 때늦은 후회,
부서진 사랑 때문에 겪는 아픔 또한 아득해질 무렵 비로소 깨닫습니다.
왜 기다렸던 사람이 오지 않았는지,
갈망하면서도 왜 아무 것도 이루어지는 것이 없는지, 사랑은 기다림만큼 오는 법
다시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나갑니다.  

*시집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에서

*너를 만나고 싶다 ​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
스스로 그어 둔 금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에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을 용납하는 사람 ​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


*언제나 너는 멀다

내가 느끼지 못한 것을 너는 느낀다.
알 수 없는 너의 느낌 나처럼 너 역시 나를 알 수가 없다.
노란 햇살이 현기증처럼 퍼지고
골목마다 차들이 바퀴벌레처럼 기어 나온다.
가까이 있지만 너는 언제나 멀다.
오래된 대문을 소리내어 밀며 주저앉아 울먹이는 봄날의 상실
흙 한 줌 찾기 힘든 바닥을 비집고 햇살보다 노란 민들레가 핀다.
더이상 나는 너를 견디기를 포기한다.
포기한다는 것은 삶과의 타협 다 그런거야. 
더이상 세상에 대해 알려고 하지마.
모르는 척 있는거야 그저.
삶의 이치에 익숙한 듯 앞서서 가고 있는 너 마음아 너는, 마음아 너는...
등 돌린 사람에게 길들여지는 새로운 인간관계에 안착한다. 붙들지 못한 마음 좇아 사방팔방 뛰다니는 또다른 마음이 겪는 행로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나는 정말 알 수 없는 모양이다.

*새들도 슬픔이 있을까


하늘에 뿌려놓은 새의 발자국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사람 있어

안개꽃 다발을 흔든다

지겹도록 떨어지는 링거 한 방울

병실엔 침묵이

바깥엔 채 이별이 도착하지 않았다



아침녘에 꺼내놓는 시리고 찬 이름 하나

보낼까 말까 망설이는 편지의 모서리가

주머니 밖으로 하얗게 손가락 내밀고 있다

시린 입김 올리며

쓸쓸한 날엔 철길을 걷는다

연기 흩어진 하늘을 떼 지어 날아가는 새 떼

강을 건너가는 햇빛의 발이

꽁꽁 얼어 애처롭다

새들도 슬픔이 있을까

가갸거겨, 소리내며 흩어지는

무수한 저 글자들도 사연이 있을까



추락하는 이름 위에 앉아본다

내가 사랑에 실패하는 건 다만

사랑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 김재진



문득 눈앞의 세월 다 지워지고

사람이 아름다울 때 있다

수첩 속에 빽빽하던 이름들 하나같이

소나기 맞은 글씨처럼 자국으로 번질 때

흔적도 없이 사라져갈

사람이 아름다울 때 있다.

세파에 치어 각양각색인

남루 또한 지나간 상처 마냥 눈물겹고

서 있는 사람들이 한 그루 나무처럼

이유 없이 그냥 아름다울 때 있다.

가파른 세월이야 지나면 그뿐,

코끝에 감도는

한 자락 커피 향에 두 눈을 감고

비 맞는 나무처럼 가슴 적시는

무심한 몸놀림이 아름다울 때 있다.



*상실 / 김재진



​노랗게 번지기 전 나는 이미

개나리가 필 것을 알고 있다.



가파른 바람에 뿌리내린 체

겨울을 견디어 준비한

네 눈물의 빛깔을 알고 있다.



미미하게 묻어오는 바람의 안부를

속달로 접수하며

나 역시 봄을 준비할 때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금세라도 손가락 끝에 묻어나는 것 같은

그 화사한 절규 속에다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다.



꽃은 나무의 눈물,

가지마다 별을 달고 솟아오를

말없는 탄식,

또 한번의 상실 다가오는 비탈에 서서

네 이름을 불러본다.



*세월-------김재진



살아가다 한번씩 생각나는 사람으로 살자.
먼길을 걸어 가 닿은 곳 아예 없어도
기다리는 사람 있는 듯
그렇게 마음의 젖은 자리 외면하며 살자.
다가오는 시간은 언제나 지나갔던 세월.
먼바다의 끝이 선 자리로 이어지듯
아쉬운 이별 끝에 지겨운 만남이 있듯
모르는 척 그저 뭉개어진 마음으로 살자.


풀 / 김재진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
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
상처가 내뿜는 향기에 취해
나는 아픈 것도 잊는다.
상처도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 빈방-

내 안에 있는 평화를 위해 노래합니다. 내 안에 있는 진실과 내 안에 있으면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문 닫힌 사랑을 위해 노래합니다. 아무도 없는 내 안의 불꺼진 방을 위해 노래합니다. 작은 식탁과 낮은 책상 마음의 조명을 밖혀야 볼 수 있는 사랑스런 불빛따라 노래하며 내 인생의 따뜻했던 순간들을 손가락 뻗어 만져 봅니다. 자물쇠 하나 채워놓지 않은 방 안에 있으면서도 방문 열지 못한 채 갇혀 있는 여리디 여린 사람들을 위해 노래합니다. 나로 인해 상처 받는 내 가족과 세상 모든 다친 사람들을 위해 이 노래를 보냅니다.

사랑을 묻거든

사랑을 묻거든 없다고 해라.
내 안에 있어 줄어들지 않는 사랑은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것이니
누가 사랑했냐고 묻거든 모르겠다고 해라.
사랑을 묻거든 없다고 해라.
아파할 일도 없으며 힘들어 할 일도 없으니
누가 사랑 때문에 눈물 흘리거든
나를 적시며 흘러가버린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강물이라고 해라.

*치유
.
나의 치유는 너다
달이 구름을 빠져나가듯
나는 네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는 내게 그 모든 것이다.
모든 치유는 온전히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아무것도 아니기에 나는 그 모두였고
내가 꿈꾸지 못한 너는 나의 하나뿐인 치유다.

*다시 누군가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햇볕과 그 사람의 그늘을 분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두운 밤 나란히 걷는 발자국 소리 같아 멀어져도 도란도란 가지런한 숨결 따라 걸어가는 것이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픔 속에 가려 있는 기쁨을 찾아내는 것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새 바람 들여놓듯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참회

그대에게 보낸 말들이 그대를 다치게 했음을 그대에게 보낸 침묵이 서로를 문닫게 했음을
내 안에 숨죽인 그 힘든 세월이
한 번도 그대를 어루만지지 못했음을 ​ ​


*참회

누군가가 나로 인해 아프다면

그 아픔으로 나는 더 아파야 하네

 세상에 사랑은 많고,

사랑 아닌 것은 더 많아

​분노로 분노를 재울 수 없고

증오로 증오를 멈추게 할 수 없으니

누군가가 나로 인해 목말라한다면

그 목마름으로 나는 더 목말라야 하네


*조금 더 위로가 필요할 때♡

한 마디 말에 상처 받고
한 마디 말에 문 닫아건다 해도
마음은 희망을 먹고 산다.

꽃 만진 자리에 향기가 남아 있듯
묻어 있는 아픈 흔적 지우기 위해
지금은 조금 더 위로가 필요할 때
카랑코에 떡잎이 햇빛을 먹고 살 듯
마음은 기쁨을 먹고 산다.

행복한 상태에선 더 보탤 것 없으니
지금은 미소가 필요할 때
마음은 위로를 먹고 산다.


*토닥토닥 / 김재진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포옹 김재진(1955~)

그대가 누군가를 안을 때 혹은
내가 그대를 안는 그 순간
세상에 혼자 선 서로를 잊어버리며 우리는
고독 속에 모든 것과 연결됨을 안다.
어머니가 하나뿐인 아기를 안듯
우리는 저마다의 상처를 안는다.
비탄의 회랑을 걷는 짧은 기도와
한숨 속을 퍼지는 진언 속에
우리의 한 생애가 누군가와 만나고
우리는 그 사람을 안으며 그의 생애를 안는다.
떨리는 그늘 속에 꽃들이 피고
부신 햇살 속에 나무가 자란다.
한 송이 들꽃보다 약하지만 우리는
어딘가에 연결됨으로써 세상을 안는다


*살아 있어서 감사 / 김재진


안 날 줄 알았는데 새눈이 나네
다 죽은 줄 알았는데 파랗게
산천을 물들이네

아픈 세상살이 이와 같아서
바닥인 줄 알았는데 더 내려 가네
다 내려간 줄 알았는데 창이 뚫리네

겨우 열린 창틈으로 먼 하늘 보며
때로는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
살아 있어서 감사.


*미안...김재진

                        
허락 한 번 받은 적 없으면서

꿀을 가져갔으니

꿀벌에게 미안하다

 

허락 한 번 받은 적 없으면서

네 마음에 기대었으니

네 마음에 미안하다

 

내 인생의 따뜻했던 순간들

꿀벌같이 잉잉거리던

그 달콤한 시간들을 공짜로

누리기만 했으니

세상에게 미안하다


*허공꽃 / 김재진​



바람 소리에 귀 맡기는 들풀처럼

파도에 옷고름 푸는 해변처럼

눈물에 마음 내어주는 하얀 뺨처럼

바라는 것 없이 나를 인생에 내어주라.

산수국, 카랑코에, 패랭이, 오랑캐꽃

때가 되면 피는 꽃처럼

층꽃나무, 댕강나무, 감탕나무, 눈측백

엄동(嚴冬)의 흔적 지운 나무처럼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모든 것 다 품어 안는 허공처럼.



*외경/김재진


상처는 나의 기쁨, 나는 그것을 통해 배운다

잃을 것 남아 있어 행복한

상실은 나의 희망, 그것을 통해 나는 채운다

부서진 도끼날이 나무 결을 기억하듯

예민한 칼날이 사과 향을 기억하듯

나무가 품은 봄 향기에 언덕의 풀이 깨어나듯

두려움은 나의 스승, 그것을 통해 나는 세상을 외경한다


*경청 - 김재진

 
바다를 물들이는 석양을 누가 가질 수 있습니까?

꽃들을 피게하는 바람을 누가 가질 수 있습니까?

아무것도 우리는 소유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발소리에 귀 기울이고

저녁 식탁에 부딫치는 수저소리에 귀 기울이며

존재 전체로 당신을 듣습니다.

 

우리가 영혼으로 읽던 모든 책들과

넘기는 페이지마다 떠오르던 새벽 별빛과

치마를 끌며 사라지던 어둠의 발소리를 듣습니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기에 우리는 그 모두입니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기에 우리는 들을 수 있습니다


*한사람을/ 김재진

 

   한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한사람을 이해 하는 것이다.

   한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한삶의 생애를 온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꽃 한송이가 필 때 우주가 함께 피듯

   태양의 무게와 부피가

   한 방울의 물

   한 조각 소금으로 늘어나듯

   한사람을 사랑 하는 것은

   하나의 별. 하나의 지구가

   사랑하는 그 만큼 늘어 나는 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아니하나

   한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꽃을 버리며


오늘 아침 꽃병의 꽃을 버리듯

만약 버림받는다면 나는

나를 버린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그도 나처럼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는 나보다 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상처가 나를 버린 것인지 모른다.

내가 배고플 때 나 대신 아무도 밥 먹어줄 수 없듯

내가 버리지 않았는데 나 대신 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가 설령 나를 버렸다 해도

그것은 그를 더 이해하는 기회일 뿐

우리는 단지

세상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조금 더 이해받고 싶은 것이다.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우리는 먼저 버리려 한다.


*바람,나

               
내 안에 바람이 있다.

내 안에 불이 있다.

내 안에 산이 있고

내 안에 오래도록 묻어둔 항아리가 있다.

내 안에 피는 이 꽃들을,

숨 막혀 터질 것 같은 향기를,

전할 수 없어 아쉬워라 그대여

빛나던 별들을 다

헤아릴 수 없어 안타까워라.

우리가 우주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우리 속에 있으니

나는 나 하나로 가득할 뿐 부족할 것 없다.



*충만


​그는 불운했다

그의 불운이 그의 행운이네.

그는 가난했다

그의 가난이 그의 풍요이네.

모든 결핍이 텅 비게 하니
 
더 잃을 것 없어

더 채울 것 없네.


*멀리 가는 강처럼



이제 내 마음의 순결이 조금 더 굳어지기 전에

모르는 누군가를 더 받아들이고 용납(容納) 해야지

죽음을 앞둔 노인의 눈을 들여다보며

눈 속에 깊이 담긴 삶을 조금 더 이해하고 끌어안아야지

어쩌면 한 번쯤 더 사랑을 하고

한 번쯤 더 고통(苦痛) 앞에

멀리 가는 강처럼 소리 낮춰 소용돌이친다 해도

마음의 근육(筋肉) 조금 더 굳어지기 전에

상처받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다독거려야지

용서하기 힘든 일도 내려놓으며

가 보지 않은 길이라도 익숙한 사람처럼

성큼성큼 두려움 없이 걸어가야지

이제 남은 시간 더 어두워지기 전에

화분에 물을 주고 장미꽃 향기를 들여놔야지.



4, 오늘의 단상
일기예보가 춥대서 스웨터까지 껴입고 버스타니 좀 더워 날씨도 그러려니 용서하며 매주 월요일 시의 교회로 가는 발길 을 즐겁게 했더니 용서를 하늘이 내려 봤는지 강의 끝나니 가을비가 추적추적 나리며 좀 서늘타. 빗길을 뚫고 별 보러 남부시장카페에 가서 오늘 배운 시도 풀어놓고 피자 점심과, 와인과 싸 간 간식을 나누어 들며 마음도 말도 비오는 바깥처럼 촉촉히 나렸다. 비요일에 시요일을 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