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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1 시 숲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1. 11. 2. 01:32
1 오늘의 단상
강의실 창밖
형산강 윤슬은 푱온을
딴 교실 어카리나 합주 소리는 열심을
더불어 열공 나의 시 숲
끝나고 내려오는 길
식당 밥 향기가 내 발길을 잡아끄네
변변하고 시간 촉박마여
대충 때웠던 아침 배까지 채웠던 3천냥짜리 아점
따스한 가을볕에
단풍 그림자 어릿어릿 한다
낙엽도 바시락 산보한다
뱃머리 옆동네 별동네
어제 죙일 톡 없으니 날 버렸겠지
하니 문자가 떡하니 들어오네
내마음 읽었다는듯
발길을 돌려 별동네로 고고
반긴다 따듯하다
손 한번 잡고싶다
손등에 뽀뽀하고 싶다
손등에 굿바이 뽀뽀
향기롭다
54나이테 별향기에 어질어질 하다
2 강의 주제
김용택 시집 6귄 발췌 시
ㆍ93, 10 그대, 거침없는 사람/푸른 숲
ㆍ03 여름, 참 좋은 당신/시와 시학사
ㆍ06 그래서 당신
ㆍ09, 3 수양버들/창비
ㆍ16, 4 울고 들어온 너에게/창비 대중적 서정적
ㆍ 21 나비가 수은 어린나무/몬지, 세련 현대 난해
ㆍ김용택 시인
전 초등학교 교사
김용택
출생
1948년, 전북 임실군
학력
순창농림고등학교 졸업
데뷔
1982년 시 '섬진강'
경력
2019.12.~ 섬진강 홍보대사
수상
2018.03. 세계 물의 날 국민훈장 동백장
3~1 들국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무헌디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짖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짖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소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저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텐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3~2 그래서 당신
잎이 필 때 사랑했네
바람 불 때 사랑했네
물들 때 사랑했네
빈 가지, 언 손으로
사랑을 찾아
추운 허공을 헤맸네
내가 죽을 때까지
강가에 나무, 그래서 당신
3~3 환장 / 김용택
그대랑 나랑
단풍물 고운 단풍 나무 아래 앉아 놀다가
한 줄기 바람에 날려 흐르는 물에 떨어져
멀리멀리 흘러가 버리든가
그대랑 나랑
단풍물 고운 단풍 나무 아래 오래오래 앉아 놀다가
산에 잎 다 지고 나면 늦가을 햇살받아
바삭바삭 바스라지든가
그도 저도 아니면
우리 둘이 똑같이 물들어
이 세상 어딘가에 숨어 버리든가
3~4이십일 년 전------김용택
나하고 사니라고 애썼네이인
사는 것이 참 금방이구만
사는 것이 바람 같은 것이여
머리맡에 앉은 어머니를 올려다보며
아버지는 자기의 일생을 그렇게 정리하셨다
이십일 년 전이었다
3~5 오래 한 생각/김용택
어느날이었다
산 아래
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있겠지만,
산같이 온순하고
물같이 선하고
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
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였다.
3~6 새들이 조용할 때 / 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 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그 고운 손길이
내 등 뒤로 돌아올 때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
날 저물면
강가에 앉아 나를 들여다보고
날이 새면
강물을 따라 한없이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바람이 부는데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어다봅니다.
3~7그리운 우리 / 김용택
저문 데로 둘이 저물어 갔다가
저문 데서 저물어 둘이 돌아와
저문 강물에
발목을 담그면
아픔없이 함께 지워지며
꽃잎 두송이로 떠가는
그리운 우리 둘.
3~8 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3~9 참 좋은당신, 생각만해도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사랑의 물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 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3~10 받아쓰기
어머니는 글자를 모른다. 글자를 모르는 어머니는 자연이 하는 말을 받아 땅 위에 적었다, 봄비가 오면
참깨 모종을 들고 밭으로 달려갔고, 가을 햇살이 좋으면 돌담에 호박쪼가리를 널어주었다가 점심 때
와서 다시 뒤집어 널었다. 아침에 비가 오면 ''아침 비맞고는 서울도 간다''고 비웃을 챙기지 않았고 ''야야, 빗낯 들었다''며 비의 얼굴을 미리 보고 장독을 덮고 들에 나갔다. 평생 바다를 보지 못했어도 아침저녁 못자리 뜨는 볍씨를 보고 조금과 사리를 알았다. 감잎에 떨어지는 소낙비, 밤에 우는 소쩍새,
새벽하늘 구석의 조각달, 달무리 속에 갇힌 보름달,
하얗게 뒤집어지는 참나무 잎, 서산머리의 샛별이 글자였다. 난관에 처할 때마다 어머니는 살다가보면 무슨 수가 난다고 했다. 세상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수가 얼마나 많은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사람이 그러면 못쓴다고 했다.
어머니는 해와 달이, 별과 바람이 시키는 일을 알고 그것들이 하는 말을 땅에 받아적으며 있는 힘을 다하여 살았다.
3~11 오래된 손
김제 가서 할머니들에게 강연하였다.
살아온 날들을 확인시켜주었다.
저 어른들의 짊어진 짐 위에 더 무엇을 얹는단 말인가.
지금까지 짊어지고 걸어온 짐만 해도 힘에 겨운 한짐이다.
할머니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환하게 바라보았다.
좋은 말 들었다며, 자기 속을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며,
오래된 두 손으로 내 두 손을 덮어주었다.
3~12 방랑
방에 가만히 누워 있다가
마루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나무 밑에 가만히 서 있다가
강물을 가만히 바라본 후에
거리를 두고 산을 한번
넌지시 건너다보고는
방으로 가만히 들어와
조심스럽게 지구 위에 누웠다
*미션 시제/방랑
방랑
어느날의 봄으로 갔다가
어느날의 여름으로 갔다가
어느날의 단풍으로 갔다가
어느날의 흰 눈으로 갔다가
이생각 저생각
깨끔발로 징검다리 왔다갔다하다
다시 내 마음에 주저앉았다
3~13 지금이 그때다
모든 것은
제때다
해가 그렇고, 달이 그렇고
방금 지나간 바람이,
지금 온 사랑이 그렇다
그럼으로 다 그렇게 되었다
생각해 보아라 살아오면서
피할 수 있었던 것이 있었던가
진리는 나중의 일이다
운명은 거기 서 있다
지금이다
3~14 꿈을 생시로 잇다
달빛으로 시를 썼다
달빛이 견디기 힘들면 가만가만 집을 나와
달이 내려준 산그늘까지 걸어가
생각을 접어주고
발자국을 거두며 돌아왔다
가난하고 가난하여서
하나하나가 일일이 다 귀찮지 않았다
꿈속에서도 시를 쓰다 잠이 깨면
연필이 손에 쥐어져 있어서
꿈을 생시로 잇기도 하였다
3~15 기적
.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아무런 것이 될 때
그때 기쁘다 그리고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갈 때 편안하다
가까스로 산을 굴러 내려온 돌들이
강물에 몸을 담글 때 그것은 내 몸에서
물결이 시작되는 기적이다
3~16 아슬아슬 가을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따라가다가
길이 끊겨서 돌아왔습니다
가을 나비들이 한쪽 날개를 헐어 균형읠 잡아갑니다
날개를 펼 때 바람을 이용하지 않은 나비들은
날개를 다 버릴 소실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답니다
마른 풀들의 휘어진 고단한 들을 보고 서 있어습니다
내 손이 내 손을 더듬어 잡았습니다
구름들이 몸을 다 말린 후
산을 넘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대가 그만큼에 서 있거나 내게 오지않아도
식지않을 간격만큼 단풍물은 옮아갑니다
나뭇잎을 주워 뒤집어 보았습니다
가을에는 이별해도 소용없습니다
그쪽 강가에는 지금 혹시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나요
3~17 어느 날
나는
어느날이라는 말이 좋다.
어느날 나는 태어났고
어느날 당신도 만났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어느날이니까.
나의 시는
어느날의 일이고
어느날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