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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3 시의 숲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1. 9. 13. 19:03

 

*오늘의 단상/ 오늘은 누나 성모병원행으로 정문 쪽 큰 길에서 내려 도보로 입장하였다. 주차장에서 내려 10번 입구로 냉큼 입장하고 퇴장할 때 하고는 눈에 보이는 것이 많다. 특히나 앞 넓은 정원의 조각들은 뭇 공원 같다. 귀가 때 자세히 보고 카메라에도 담아 보고 첫 길 형산강변으로 해서 포항운하 경유 쉬었다 신문 보고 폰 배고파 밥 달래서 집에 들어왔다, 다음엔 갈때도 1시간 예정으로 가거나 버스도 살살 이용해봐야겠다.

 

*오늘 강의 발췌 시 : 이상국의 시집/1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2005 창비  2달은 아직 그 달이다 2016년 창비

*이상국 시인 프로필; 출생1946년 9월 27일, 강원 양양군데뷔1976년 심상 시 '겨울추상화' 등단경력유심지 주간수상2014.02. 제19회 현대불교문학상

-감성 끝판왕, 쉽게 쓰기 명수

-삶을 풍경으로 보는 서정시

-모두가 보고 체득한 것을 시인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그려냄이 관견

-위 시집1의 박재구 시인의 발문 명문

 

이상국 형은 내가 아는 시인들 중에 가장 쉬운 시를 쓰는 시인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우주에서 천연의 원료를 그냥 퍼다 쓰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질료의 평이함 속에 깃든 생의 깊고 오묘한 의미를 찾아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나무와 꽃과 개와 바람들의 이야기는 기실 우리 삶의 속내를 고스란히 안고 있어서 천지사방 흩어진 만물의 삶이란 게 한통속으로 이어진 별밭 같은 것이구나 하는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그의 시가 지닌 또 하나의 미덕은 그의 시를 읽는 동안 내일이면 정말 좋은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어질고 선한 기운들이 마음 안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일일 것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이 시인이 별의 고향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거니와 독설과 키치(대중의 미적 감수성), 온갖 소외와 불화로 얼룩진 궁핍한 시대에 쉽고 어질고 따뜻한 꿈으로 버무려진 시를 대할 수 있음은 우리 시가 지닌 적지 않은 행복의 체험일것이다 

 

1 남루

 

지난해 봄 시집을 묶으며

 

몸을 전부 비웠는데 아직 말이 남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때 그가 찾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에게 속을 다 내보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거나

 

어쩌다 제 맘에 드는 생각을 해내고는

 

길 가다 혼자 웃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생은

 

날마다 상처를 밀치고 올라오는 새살 같은 것인데

 

나의 시는 남루와 같아서

 

어느 날 설악 깊은 골짜기 데리고 가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몰래 돌아오고 싶다

 

-행갈이가 아닌 연갈이 시

-연 사이 간극으로 강조 의도

 

2. 가을 서사

 

나는 이파리처럼 가벼워서 두고 가기 좋으나 그래도 해질 때 바닷가 술집에라도 데리고 가면 나의 시가 얼마나 좋아하겠냐며....

 

그전에 선배 시인이 죽어 화장장 불가마에 들어가는걸 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의 시는 계속 세상을 떠돌았다. 시처럼 가여운 것도 없다.

 

사람들이 무작정 가을 산에 와 죽으니까 군에서 자살 수상자 신고하라는 플래카드롤 내결었다. 그래도 어디든 죽음은 제집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나의 지구에서 가을 하나가 떠나간다. 어둑한 길을 걸어 당도했는데 그래도 그는 나를 두고 간다. 잘 가라 가을.

 

3.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시의 구조 ;오늘은 집에 일찍 가자 그리고 애들과 놀아 주자/결심의 화두 제기-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과거 회상-그러나 이제는 일찍 들어가자/결심 다잡기-오늘 일찍 돌아가서/결행

-쉬우며 미사여구가 없다

-천찬한 글 

 

4 봉평에서 국수를 먹다

 

봉평에서 국수를 먹는다

삐걱이는 평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한 그릇에 천원짜리 국수를 먹는다

올챙이처럼 꼬물거리는 면발에

우리나라 가을 햇살처럼 매운 고추

오가는 이들과 눈을 맞추며 국수를 먹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들

또 어디선가 살아본 듯한 세상의

장바닥에 앉아 *올챙이국수를 먹는다

국수 마는 아주머니의 가락지처럼 터진 손가락과 

헐령한 셔츠 안에서 출렁이는 젖통을 보며

먹어도 배고픈 국수를 먹는다

왁자지껄 만났다 흩어지는 바람과

흙 묻은 안부를 말아 국수를 먹는다

 

*올챙이 국수: 옥수수로 만든 국수

 

-아둥지둥 살면서도 서로와 같이 살아감의 순박한 따듯함이 깃든다-삐격이는 평상, 엉덩이를 붙이고, 우리나라 가을 햇살처럼 매운 고추, 눈을 마추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들, 어디선가 살아본 듯한 세상의 장바닥. 가락지처럼 터진 손가락. 헐렁한 셔츠 안에서 출렁이는 젖통. 먹어도 배고픈 국수, 왁자지껄 만났다 흩어지는 바람, 흙 묻은 안부를 말아 국수를 먹는다. 

-누구나가 보고 지나친 풍경을 시인만의 시각으로 그려냄

 

5. 별 만드는 나무들

 

설악산 수렴동 들어가면

별 만드는 나무들이 있다

단풍나무에서는 단풍별이

떡갈나무에선 떡갈나무 이파리만한 별이 올라가

어떤 별은 삶처럼 빛나고

또 어떤 별은 죽음처럼 반짝이다가

생을 마치고 떨어지면

나무들이 그 별을 다시 받아내는데

별만큼 나무가 많은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산에서 자본 사람은 알겠지만

밤에도 숲이 물결처럼 술렁이는 건

나무들이 별 수리하느라 그러는 것이다

 

6. 하늘의 집

 

전깃줄에 닿는다고

인부들이 느티나무를 베던 날

아파트가 있기 전부터 동네를 지키던 나무는

전기톱이 들어가자 순식간에 쓰러졌다

옛날 사람들은 가지 하나를 꺾어도 미안하다고

나무 밑둥에 돌멩이를 던져주었고

뒤란 밤나무를 베던 날

아버지는 연신 헛기침을 하며

흙으로 그 몸을 덮어주는 걸 보았는데

느티나무의 숨이 끊어지자 인부들은

그 커다란 몸을 생선처럼 토막내 싣고 갔다

이파리들의 그늘에 와 쉬어가던 무성한 여름과

동네 새들이 깃들이던 하늘의 집을

그렇게 어디론가 싣고 가버렸다

 

-여름의 그늘이 아닌 이파리들의 그늘에 와 쉬어가던 무성한 여름

거꾸로 보기의 묘기

 

7. 어둠과 놀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골목길에서 누가 덥석 손목을 잡아끈다

새로 온 저녁이었다

자기네 집에서 쉬었다 가라는 거였다

집에서 아내가 이이들과 기다린다고 했지만

이런 날이 날마다 있는 것 아니라며

한사코 잡아끌었다

나는 새우깡 한봉지와

소주를 받아가지고

학교마당 나무 아래 저녁의 집에서

한 시간이나 놀았다

그리고 그가 데리고 가라는

새로 온 어둠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돌아왔다

 

-나쁜 어둠이 아닌 웃기며 좋은 어둠

-외롭고 스산하나 웃기고 재밌다

-스스로 outsider

-어둠을 여인 의인화

 

8. 이 별에서 내리면

 

이 별에서 내리면

다른 별은 없을까

이렇게 푸른 별이

하늘에 단 하나뿐이고

때가 되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내려야 한다면

우리가 더 가난해지거나

시 같은 것 안 써도 좋으니

또다른 별에서 만날 수는 없는지

이보다는 훨씬 못하더라도

내리는 사람끼리 모여 사는

별은 없을까

 

-짧으나 심오

 

**관련 번개 미션- ~에서 내리면

 

*지구에서 내리면*

 

나는 어데로 갈까

지구에서 내리면

 

그렁저렁 살던

지구를 그리워하며

사랑도

사람도

미움도

 

요양원 들르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생각하자

 

9 리필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희망적 고무적 사고와 형상화

 

10 영덕에서 개와 싸우다

 

해남까지 갔다가

너무 멀리 온 것 같아 돌아선 길

진주 포항 지나 영덕에 오니 해가 진다

생은 길고 겨울해는 짧으니

오늘은 여기서 묵어가자

 

누군가 버스 뒤켠에서

엉덩이를 빼고 오줌을 누고 있는 터미널

어둑어둑한 마당을 나오는데

내가 절 보는 마음을 어떻게 알았던지

한쪽 다리를 저는 개 한 마리

연신 힐끔거리며 어둠속으로 들어간다

 

저것도 몸 때문에 마음을 버렸구나

삶아 썰면 열댓 근은 되겠다

 

나도 여기까지 왔다

모든 생은 얼마쯤 불구이고

불구는 불구를 피하고 싶어하므로

겨울 남해를 돌며 어떤 날은 처음 가 본 역에서

찐 달걀을 먹으며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하다가

강진이나 별교 장마당에서 낮술에 흔들리며

어물쩍 나를 버려두고 왔으나

어둠이 발목을 잡는 영덕

불과 오백리 북쪽에 집을 두고

저 불학무식한 것에게 마음을 들키고나서

허름한 목욕탕 어머니 자궁 같은 욕조에

다시 백열 근짜리 생을 눕힌다

 

-마음을 버렸구나-닫았구나

-저 불학무식한 것-개

-실제 개와 싸움은 없고 마음속으로만의 싸움

 

11 연어

 

저 물소리 따라가면

어머이가 계실까

 

다듬이질 소리 들리는

쪽마루에 나를 태우고

먼바다로 미신 후

아직 기다리고 계실까

 

부뚜막에 밥 한 그릇 묻혀 있을까

 

뒤란 바람벽에

나무 그림자 푸르게 일렁이던

우리 집이 거기 있을까

 

-연어는 화자인 나

-쪽마루에 나를 태우고/먼바다로 미신 후-뭔 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