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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린
그대 그리고 나/포항
2020. 8. 27. 15:06
[가슴으로 읽는 동시] 두 기린
박두순 동시작가본문듣기 기사 북마크 기사 공유 글꼴 크기
입력 2020.08.27 03:12
두 기린
목이 길어
맘
속
에
있
는
말
꺼내기 힘들었구나.
하지 못한 말
듣지 못한 말
주고 싶고
듣고 싶어
그렇게
목만 서로
비비고 있었구나.
-경종호(1968~ )
기린은 사람이다. 그리움에 젖어 있는 사람의 다른 모습이다. 맘속의 말을 꺼내기 힘든 사람. 하지 못한 말, 듣지 못한 말이 많다. 그 말 주고 싶고 듣고 싶은데 어쩌나. 목이 길어 꺼내기 힘드니. 목이 긴 것은 두 사람 사이의 말 못 할 장애 요인일 것이다. 어떤 장애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로 인해 더 그립다. 맘이 아플 수도, 답답할 수도 있다. 안타까워라. 그걸 해소하기 어려워 말 대신 '목만 서로/ 비비고' 있다. 묵언(默言)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몸짓이다.
동물 중 가장 목이 긴 기린. 두 마리가 다정스레 목을 비비고 있는 단순한 광경에 생각을 녹여 부어 찍어낸 사진 한 컷 같은 시다. 그리움의 목도 길게 늘여준 시다.
조선일보 A34면
박두순 동시작가본문듣기 기사 북마크 기사 공유 글꼴 크기
입력 2020.08.27 03:12
두 기린
목이 길어
맘
속
에
있
는
말
꺼내기 힘들었구나.
하지 못한 말
듣지 못한 말
주고 싶고
듣고 싶어
그렇게
목만 서로
비비고 있었구나.
-경종호(1968~ )
기린은 사람이다. 그리움에 젖어 있는 사람의 다른 모습이다. 맘속의 말을 꺼내기 힘든 사람. 하지 못한 말, 듣지 못한 말이 많다. 그 말 주고 싶고 듣고 싶은데 어쩌나. 목이 길어 꺼내기 힘드니. 목이 긴 것은 두 사람 사이의 말 못 할 장애 요인일 것이다. 어떤 장애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로 인해 더 그립다. 맘이 아플 수도, 답답할 수도 있다. 안타까워라. 그걸 해소하기 어려워 말 대신 '목만 서로/ 비비고' 있다. 묵언(默言)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몸짓이다.
동물 중 가장 목이 긴 기린. 두 마리가 다정스레 목을 비비고 있는 단순한 광경에 생각을 녹여 부어 찍어낸 사진 한 컷 같은 시다. 그리움의 목도 길게 늘여준 시다.
조선일보 A34면